국제 유가가 70달러 돌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유 관련주들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OPEC+)이 사실상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유업계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유류 도매업체인 흥구석유는 일주일새 5.44%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아이디(13.38%)와 중앙에너비스(5.74%) 등이 강세를 보였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주가도 지난 2월 말을 기준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들의 산유량을 거의 동결하기로 합의하면서 201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만 4월 각각 하루 13만 배럴과 2만 배럴을 증산하고 나머지 회원국들은 증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국제 석유시장이 예상한 증산 규모(하루 50만 배럴)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OPEC+가 사실상 다음달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국제유가는 5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26달러(3.5%) 뛴 66.09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상승은 지난달 미국 한파 '충격'이 더해지면서 두드러졌다.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에 따른 정전 사태로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및 정유 관련 시설 다수가 폐쇄되면서 공급난이 예고된 탓에 더 상승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며 극단적으로 낮았던 정제마진이 정상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유가에 미국 한파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이 지속하고 있어 향후 OPEC+ 회의 결과와 사우디의 태도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의 부양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이동거리 증가 등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유사들부터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이에 증권가에선 에쓰오일, GS 등 정유 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OPEC+ 회의 결과로 원유시장 내 타이트한 수급 전망이 더욱 강화되며 국제유가의 상승 압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 유가 회복에도 미국의 산유량이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고, 상반기 내 의미 있는 반등이 어렵다는 점도 타이트한 수급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 연구원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선진국들의 이동성도 회복되는 상황임. 특히 2분기부터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계절적인 측면에서의 원유 수요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 1분기보다 긍정적인 수요 회복 전망에도 OPEC+의 산유량은 유지되는 만큼 원유시장 내 타이트한 수급 전망 강화와 원유 재고 감소 지속을 고려하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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