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아주경제신문이 외국인 배당금 규모가 큰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번에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 금액이 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KB금융, 신한금융지주,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하나금융지주, 케이티앤지, SK텔레콤, 삼성화재, 기아자동차 등 외국인 배당금 규모 상위 10개사 기준으로 지난해 봄 외국인 주주들이 챙겨간 배당금 규모는 총 4조600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2배가 많은 10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봄 국내 전체 상장기업이 지급한 외국인 배당금 총액인 8조1229억원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가장 많은 외국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삼성전자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총 7조7400억원을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한다. 지난해 4월에 지급한 외국인 배당금 1조4400억원에서 6조원 이상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주당 1932원(보통주 기준, 우선주는 주당 1933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기존 결산 배당금(보통주 354원, 우선주 355원)에 특별배당금 성격의 1578원이 더해지면서 전체 배당금이 확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배당금으로 3654억원을 지급한 SK하이닉스도 이번엔 4234억원으로 외국인 배당금이 늘었다.
반면 톱10 기업들 가운데 나머지 8개 업체의 외국인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반도체 업종은 호황을 누렸다는 것이 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번에 외국인 주주들이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금이 모두 본국으로 역송금된다고 가정하면,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의 환전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 시기가 집중되는 다음달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 자금이 달러 수요 요인으로 등장해 환율에 큰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 외환시장은 삼성전자의 배당금 지급일인 4월 16일을 전후해 환율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100억 달러만 해도 몇 달치 무역수지 흑자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정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온다면 임팩트가 없을 수 없다”면서 “이번에는 삼성전자 배당금이 워낙 많다는 얘기가 있어 역외 플레이어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재료가 충분히 노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따른 국내 수출 경기 호조로 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충분하다는 점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배당금 재료에 크게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증권의 김효진 연구원은 “지난 5년간 4월 중 환율은 모두 상승했지만 상승폭이 크지는 않았다”면서 “배당금 지급은 환율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환율의 오름세는 하반기에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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