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1일 "유니콘기업의 상장 활성화를 위한 매력있는 증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뿐만 아니라 마켓컬리 등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도 한국 증시 대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경쟁력을 보다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손 이사장은 이날 오전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국소비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유니콘기업이 해외 상장으로 발길을 돌려 많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동시에 한국 증시 환경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이사장은 국내에도 차등의결권이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 상장 유치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및 마켓컬리의 상장 추진은 국내 상장 규제에 대한 문제도 있고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며 "쿠팡은 대주주가 외국계 펀드인데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너의 지분 희석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이 있는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에서 차등의결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국내 상장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측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를 일컫는 'K유니콘'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추진과 관련해 국내 상장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훈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이날 간담회에서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충격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불가피한 기업 특성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여러 기업과 만나 한국 시장의 장점을 설득했지만 결국 선택은 기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공개(IPO)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면밀히 따져봤다"며 "국가별 장단점이 있지만 한국 시장의 단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거래소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상장 필요성도 나오고 있지만 손 이사장은 사회적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이사장은 "4~5년 전에도 거래소의 IPO가 화두였지만 상장 차익 처리 등을 비롯해 거래소의 공적 기능 분리 여부, 정치적 이슈 등 여러 논란이 있었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산됐는데 상장을 원한다고해서 섣불리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컨센서스가 마련돼야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해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과 관련해 보다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은 16.8%이지만 이미 지난해 말 21.2%로 늘어나자 이에 대한 규칙 변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채워지면 초과 물량을 매도해야 한다.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26일 이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달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손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시장 상황이 변했는데 기계적인 원칙에 매몰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과거에 정한 포트폴리오 배분 원칙이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신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이사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문화 확산을 위해 'ESG 종합포털'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손 이사장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과 같이 ESG 관련 투자 지표로 'Price to ESG' 개발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관련 실무부서에 제안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충분히 감안해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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