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모범' 대만이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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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1-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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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서 근무하는 한국 직장인 인터뷰

  • "마트는 식료품·생필품 전쟁터...매대 텅"

  • 일주일 만에 코로나 확진자 세 자릿수 급등

  • 대만, 나흘 만에 방역 강화 조치 전국 확대...

주점과 나이트클럽, 영화관, 헬스장, 도서관과 각종 오락 시설은 지난 14일부터 폐쇄됐다. [사진=대만에서 근무하는 한국 직장인 제공]
 

"1년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 지역'으로 불렸던 대만이 이제는 가장 '불안한 지역'이 됐다. 매일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대만에서 근무하는 노모씨가 최근 기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한 말이다. 지난 10일 3명을 시작으로 대만 내 확진자 수가 폭증하자 활기가 넘쳤던 도시가 이제는 적막감에 휩싸여 무서운 느낌이 든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 사재기에 매대 텅...흔들리는 '방역 모범' 대만
대만은 최근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등 평년보다 더운 5월을 보내고 있어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고 노씨가 전했다. 공공장소에서 열 체크를 하긴 했지만 신상 정보를 적는 등 방역 관리 조치는 엄격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만 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후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사내 회의 등 집합 금지, 공공장소에서 최대한 이용 제한 등의 조치는 물론, 사재기 현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내 주요 슈퍼마켓과 식료품 상점에 주민들이 몰리면서 라면과 화장지 등 생필품 매대가 텅텅 비었다고 노씨가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가뭄·폭염도 사재기를 더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최근 들어 폭염과 56년 만의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사재기 자제를 당부했지만 대만 전역에서는 여전히 패닉 바잉(공포로 인한 사재기) 현상이 이어지는 듯보였다. 
 

대만 한 식료품점에 라면 등 생필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대만에서 근무하는 한국 직장인 제공]

일주일 만에 코로나 확진자 세 자릿수 급등...방역 강화 조치 전국 확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년여간 대만은 인구 2800만명(지난해 기준) 가운데 누적 확진자가 1400명대에 불과할 정도로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 10일 한 자릿수에서 13일 역대 최다인 34명까지 늘더니 나흘 만에 333명으로 10배 넘게 훌쩍 넘었다. 19일에도 267명 대거 나왔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자 대만 당국은 19일 대만 전역의 코로나 방역 수준을 '3급'으로 격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홍콩명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15일부터 타이베이와 신베이 지역에서만 실시하던 3급 방역 수준을 전역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대만 전 지역에서 실내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학교와 병원, 정부 기관 등 생활 필수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 운영이 불가능하다. 실내에선 5명, 야외에선 10명 넘게 모일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각각 최고 1만5000대만 달러(약 60만원), 최고 30만 대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대만은 빗장도 다시 걸어잠갔다. 19일 0시 기준으로 유효한 대만 거류증이 없는 외국인의 입경을 일시 중단했다. 여행객의 대만 환승도 잠정 중단됐다. 이번 봉쇄 조치는 6월 18일까지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대형마트 입장 전 개인정보 기록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대만에서 근무하는 한국 직장인 제공]

"정부, 안일했다"...늑장 대응 비난 목소리 커져
대만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만에서 성인오락장과 클럽, 찻집을 중심으로 연일 지역사회 감염이 두 자릿수로 늘어났지만 대만 당국은 코로나19 방역 수준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면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서둘러 방역 수준을 3급으로 올렸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됐다. 

대만인 탕모씨는 특히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만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만 총 2300만회분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실제 공급이 이뤄진 물량은 30만회분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 자체가 거의 고갈된 상황이다. 

초반 적은 감염자 수로 백신 확보에 다소 소홀했던 대만 정부는 최근 다시 백신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대만인들은 이미 정부의 신뢰가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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