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철칙으로 지켜온 ‘노 마스크(No Mask)’ 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데다 사적모임 제한 완화까지 더해져 자칫 방역 시스템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26일 백신 인센티브 부여 내용을 골자로 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보고했다. 이대로라면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1차 이상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은 직계 가족 모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7월부터는 방역 강도가 더 느슨해진다. 1차 접종자와 예방접종 완료자의 경우 공원, 등산로 등 실외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7월 전 국민의 25%인 1300만명의 1차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이 현재 7.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논리에만 매몰된 채 이들 유인책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불과 지난 1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노 마스크와 관련 "미국은 국민 약 9.9%가 확진돼 자연면역을 가지고 있고, 1차 접종자가 46%를 넘겨 마스크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아직 국내의 경우 7%대인 접종률을 감안하면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백신 인센티브와 상반된 발언을 한 바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노 마스크를 권장하고 있는 선진국들을 의식해 이 같은 정책을 급히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이스라엘 등은 이미 상당한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고, 방역 정책이 국민들에게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을 마친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 사례와 우리 실정을 직접 대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이는 정부가 접종률이 오르지 않는 근본적 원인을 찾지 않고, 수치에만 골몰해 벌어지는 결과"라며 "방역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하듯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방안 발표 직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1차 접종자) 1300만명에 미달할 경우 7월 이후 인센티브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300만명이라는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노 마스크 등 인센티브 방안을 모두 원점에서 생각하겠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정부 정책은 국민에게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전제 조건이 달리지 않거나, 달리더라도 사실상 해결이 유력시될 때 발표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정부 차원의 방안은 내용이 번복될 시 국민적 혼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이 ‘방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면역 체계가 완전치 못한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백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1회만 접종한 상태에서 노 마스크 등이 허용되는 국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천은미 교수는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2차 접종까지 완료했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인센티브 방안이 국민 항체가 형성되기 전에 자칫 확진자를 증폭시킬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연내 집단면역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 맞다. 이번 정부의 방안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문제는 노 마스크라는 시그널이 국민에게 미치는 상징성이다. 방역의 고삐를 지속적으로 죈다 해도 방역 수칙이 유지되기 어려운데, 이번 노 마스크라는 메시지는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자칫 일반인들에게 방역 해제의 의미로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야외 공간에서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일상에서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매번 구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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