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은 절대왕조 국가의 군주 특성과 현대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제주에서 열린 16회 제주포럼 '북한에 대한 이해: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세션에서 "김 위원장이 실용주의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지속가능한 정권"이라며 "리더십의 원천은 변화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개방에도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노동당 8차 대회를 계기로 당 규약을 변경해 선군정치를 폐기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표명한 데 대해 "대중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을 통해 김 위원장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좌장을 맡은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실용주의적인 지도자라면 남쪽과 대화도 하고 관계 개선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도 '고집스러운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고, 남북 관계에서 물리적 충돌을 하지 않고 자제하고 있다"라며 "미국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데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이 얼마나 실용주의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정도는 돼야 개혁이고 실용주의라고 볼 수 있다'고 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부족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북한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을 가진 관점에서는 이미 변화가 불가역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장관은 "집권 초기에 비하면 김 위원장의 권력은 상당히 안정돼 있다"라면서 "고난의행군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던 김정일 정권과 비교해도 더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지지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국가 운영방식도 과거 군사 국가에서 당과 내각이 주도하는 정상 국가로 이미 이행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 정권이 경제개혁을 추구하지 않으며, 8차 당대회를 계기로 오히려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루디거 프랭크 비엔나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라며 "오히려 과거 중앙집권적 통제로 회귀했다"고 주장했다.
프랭크 교수는 "노동신문과 노동당 대회에서의 발언을 보면 오히려 사상적 통제와 정치적 통치를 강조하고 있다"라며 "개혁이 작동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코로나로 인해 북한이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비핵화를 위한 제재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개혁을 유도하기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소련과 중국, 베트남의 (개혁·개방) 사례를 비교하며 '명시적 개혁 공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프랭크 교수는 "'이것이 개혁에 필요하다'며 최고지도자가 '경제체제를 개혁하겠다,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얘기해야 하위 관료들이 이를 지지하고, 전체적인 권력체제가 달라질 수 있다"라며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개혁을 시도했지만 선포한 바는 없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교수는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농장의 책임, 기업의 책임 등 여러 개념들이 도입됐다"면서 "이는 기존 체제를 완벽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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