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MGRV는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대형 코리빙 하우스’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코리빙은 셰어하우스처럼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해 주거 비용을 낮추는 한편, 침실과 화장실 등 개인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주거 형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20~30실의 소규모 시설만 공급돼 사용자들이 셰어하우스와 별 차이를 못 느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임차인이 적다 보니 수익성이 낮았다. 그동안 1인 주거 시설 공급이 오피스텔 분양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사업에 머물러 있던 이유다.
MGRV는 기존 문제점을 대형화로 돌파했다. 300실 넘는 주거공간과 400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코리빙 하우스를 조성해 개인들에게 제공하는 공용 공간을 극대화하고, 규모의 경제로 얻은 이익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MGRV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공급한 '맹그로브 신설' 1인실 모습. 개인 공간에는 침대와 책상, 수납공간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코리빙 하우스의 특징은 방대한 공용 공간이다. 주변 원룸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면 개인실과 함께 공용 라운지, 공용 주방, 헬스장,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MGRV]
조강태 MGRV 대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대형화라는 길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을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이 공간에 장시간 머물면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주거 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소비자를 관찰하고, 개별공간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설계를 도입했다. 대형화라는 과제를 넘어선다면, 과거에 없던 새로운 주거 스타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꼭대기 층에 조성된 공유 라운지. 입주자들은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업무를 볼 수 있는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인 가구와 사회 초년생들이 잠 자는 공간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사무실 또는 카페라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이 층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어 외부인과 미팅 진행도 가능하다.[사진=MGRV]
관건은 가격이다. 맹그로브 신설의 월세는 1인실 기준 60~70만원대, 2인실 기준 40~50만원대다. 계약 기간은 하루부터 일 년 이상까지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기간이 길수록 월세가 낮아지는 구조지만,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부담하기에 적은 비용은 아니다.
월세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용 공간을 줄이고 임대 공간을 350실, 400실로 늘리면 된다. 같은 공간에서 받을 수 있는 세입자가 많아지면 수익성이 좋아지므로 다른 세입자들의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 저렴해진 임대료는 또 다른 세입자를 모집하기에 매력적인 조건이라 공실 걱정도 덜 수 있다.

맹그로브 신설에는 총 3가지 타입의 공용 주방이 있다. 내성적인 사람은 혼밥을 먹기 편하게 배치돼 있기도 하고, 파티 분위기를 내면서 요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주방 구성도 준비돼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다. [사진=신보훈 기자]
MGRV는 이 간단한 해법을 거부했다. 임대수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단이지, 창업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MGRV는 청년들이 닭장같이 좁은 공간에서 살지 않게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공용 공간의 축소와 임대 수익률 극대화는 MGRV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었다. 그들이 토지를 개발해 주택을 분양하는 일반 디벨로퍼와 달리 ‘임팩트 디벨로퍼’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공용 공간은 공유 주거의 핵심이다. 가격과 공용 공간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도심에서 1인 가구와 청년의 주거가 사회 문제화 되는 상황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공용 공간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려고 했다”며 “공용 공간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임대료를 낮출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2030 역세권 청년 주택 등 지자체의 인센티브만 받아도 1인실 기준 40만원 월세가 가능하다. 또 다른 금융 구조도 있을 거다"며 "우리는 (공용 공간 축소가 아닌) 제3의 방법을 통해 인당 10~15만원의 임대료를 줄일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최하층에는 멤버 전용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쇼파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비스듬이 기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른 한편에는 헬스장과 1인 운동실, 시네마룸, 락커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1인 가구의 생활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설계가 돋보인다.[사진=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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