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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른바 ‘빅 플레이트’(큰 그릇)론을 내세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범야권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아직 지지세가 미약한 군소 대선주자들과 먼저 만나 ‘큰 그릇’에 담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향후 국민의힘 입당이나 후보 단일화 등 국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서울 광화문의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로 간 의견이 엇갈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아울러 “두 사람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만나기로 했고 정치적 정책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의 ‘큰 집’인 국민의힘을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연대’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이후인 지난 2일엔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찬을 가졌고, 다음날인 3일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5~6일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대한 강한 비판을 내놨다. 자신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유로 탈원전 수사를 암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이런 행보를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탈원전’ 행보로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의제를 선취하는 동시에 위협적이지 않은 군소 주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본인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다른 주자들이 윤 전 총장과의 만남으로 일종의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다. 일부 후보 캠프에선 예상치 못한 일정 공개에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지난 2~3일 조사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범 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은 30.2%를 기록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13.8%, 12.5%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안 대표는 6.6%,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4.5%, 원 지사는 2.8%, 하 의원은 2.6%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두 자릿수 적합도를 보이는 홍 의원이나 유 전 의원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흔들리는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1야당이 대통령 후보감을 놓고 이렇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은 우리의 힘으로 다음 대통령 후보를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내년 대선에 임해야 한다”며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 압승을 언급하며 “오로지 국민의힘이 자신을 갖고 선거를 치르면서 문재인 정권 4년에 대한 심판을 이룩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며 “그 승리의 요인을 좀 냉정하게 분석하고, 다음 대선 후보가 되려고 하는 분들은 그걸 제대로 인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장외 행보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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