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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서 우리보다 20배 빠른 5G, 초고주파(mmWave)를 먼저 상용화한 미국의 현황을 평가한 '미국에서 mmWave 경험 정량화' 보고서가 나왔다. 초고주파(mmWave)는 24㎓ 이상 초고주파 대역 주파수를 뜻하며, 직진성이 강해 LTE 대비 약 20배까지 빠르다. 그러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도달 거리도 짧아 서브6(6㎓ 이하) 대역보다 망 구축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속도는 두드러졌다. 5G 도입 초기 28㎓ 주파수를 이용해 상용화를 시도한 버라이즌의 경우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18.4Mbps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에서 지난달 조사한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380.5Mbps)와 비교하면 약 1.6배 빠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연결되는 비율을 뜻하는 가용성(접속률)은 놀랍게 낮았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버라이즌의 경우에도 가용성은 0.7%에 불과했다. 종일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가정하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고작 10분을 조금 넘는 시간 동안만 28㎓ 5G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낮은 수치에 혹시나 실수했는지 자신을 의심하며 재차 계산기를 두들겼다.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통신 강국인 국내에서도 28㎓ 구축은 쉽지 않다. 2018년 이통3사는 올해 연말까지 총 4만5000개의 28㎓ 기지국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시한이 임박했지만, 지난 3월까지 구축한 기지국 수는 91개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28㎓ 대역 구축 계획을 변경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하철, 코엑스 등지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특화망을 공급하며 활용도를 모색하고 있다.
아무리 완벽한 이상이어도 현실에 적용할 수 없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얼마 전 5G 서비스 품질 불량을 이유로 한 첫 소송이 시작됐다. 상용화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품질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무리하게 그림의 떡 같은 '20배 빠른 5G' 이상에 매달리기보다는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3.5㎓ 대역 품질 개선을 서두르는 것이 먼저 아닐까.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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