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간 떨어지는 동거' 혜리 "'덕선이' 꼬리표? 모두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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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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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떨어지는 동거' 이담 역을 맡은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제공]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종영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대중은 아직 주인공 덕선을 그리워한다. 명랑하며 사랑스러웠던 덕선은 시청자들에게 친구이자 첫사랑 같은 존재였으니. 그를 쉬이 잊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같다. 그러나 배우 혜리에게 덕선은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품을 해도 그를 벗어날 수 없다면 배우 입장에서 맥이 빠질 수 있겠다는 짐작이었다. 혜리는 이 같은 우려에 "오히려 덕선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자신 역시 덕선을 잊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아직 저를 보며 '응답하라 1988' 덕선이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덕선이를 사랑해주시고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저는 덕선이 '꼬리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가진 모습 일부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거로 생각해요. 나이에 맞는 인물을 연기하고 때마다 진짜 제가 느끼는 감정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배우 혜리는 드라마 속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해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투깝스' '청일전자 미쓰리' 영화 '판소리 복서'에 이르기까지 또래 인물이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그가 겪는 감정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도 마찬가지. 999살 구미호 신우여와 99년생 MZ세대 이담이 구슬로 인해 얼떨결에 한집살이를 하며 펼치는 드라마 속 혜리는 주인공 이담을 연기했다. '요즘 아이'라 불리는 이담과 가장 가까운 면면을 보여준 혜리는 아주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배역(캐릭터)에 관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혜리의 일문일답

'간 떨어지는 동거' 이담 역을 맡은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제공]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가 종영했다. 마음이 어떤가
- 1년간 '간 떨어지는 동거'만 생각하고 지냈다. 1년 전 담이 마주했을 때가 생각난다. 굉장히 설렜었다. 이 설렘을 시청자들도 느꼈으면 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 '혜리가 아닌 담이는 상상할 수 없어!'라는 말이었다. 그게 제일 기분 좋더라.

혜리에게 '간 떨어지는 동거'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 제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였다. 좋아하는 분야인 데다가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라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표현이 굉장히 어렵더라. 어떻게 하면 재밌고 설레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방송이 시작할 땐 이미 촬영을 마친 뒤라 정말 시청자처럼 (드라마를) 봤다.

'간 떨어지는 동거'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무엇이었나
- 웹툰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들이 '웹툰'이라는 개념을 잘 모를 때부터 즐겨 봤다. 유명한 작품을 꿰고 있을 정도다. '간 떨어지는 동거'도 웹툰 원작인데 평소 눈여겨보던 작품이다. 드라마화가 된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가 컸다. 꼭 참여하고 싶더라. 많은 웹툰 팬이 그렇겠지만, 영상화가 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일치율(싱크로율)' 아니겠나.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극 중 이담과 일치율이 잘 맞길 바랐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도 싱크로율(일치율)인가
- 그렇다. 부담이 매우 컸는데 웹툰 원작 작가님께서 '이담을 구현할 때 저의 모습을 참고해서 만들었다'라고 하셔서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럼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 부담감이 많이 해소됐다. 용기가 생긴 거다.

'간 떨어지는 동거' 이담 역을 맡은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제공]


방송 전부터 신우여 역의 장기용과 잘 어울린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 방송 전 화보 촬영과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아직 본방송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조화(케미스트리)가 좋다'라고 하셔서 놀랐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홍보 활동을 할 땐 이미 가까워진 상태여서 그런 모양이다. (장) 기용 씨에게도, 시청자분들에게도 감사하다.

김도완·박경혜와는 절친한 사이로 출연했다. 3인방이라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끌었는데
- 내내 웃느라 촬영을 못 했을 정도다. NG도 정말 많이 냈다. 가끔 (박) 경혜 언니와 도완 씨가 대사를 주고받고 저는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신이 있었는데 티키타카가 훌륭해 정말 넋 놓고 구경할 때가 있었다. 촬영 막바지에는 예행연습도 안 해보고 촬영했다. 그 정도로 잘 맞았다.

이담과 혜리에 관한 싱크로율에 관해서 언급했었는데, 실제 혜리의 모습은 어떤가
- 대부분 닮았다. 다른 점을 찾는다면 담이는 친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점 같다. 실제 저는 낯도 잘 안 가리고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 서슴없이 다가가는데 담이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 아이 같다. 담이를 연기하며 '아, 나 같은 성격을 가진 이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극 중 담이의 '먹방(먹는 방송)'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생각보다 많이 찍었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 맛있게 잘 먹는 장면을 담기 위해서 오후 촬영은 점심을 거르고 찍기도 했다. 더 맛있게 잘 먹게 되는 비법인 것 같다(웃음). 저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용 씨가 더 힘들어했다. 평소 먹성이 좋은 편인데 극 중에는 잘 먹지 않는 거로 나와서…. 제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마니아층에 사랑받았지만 아쉬움도 큰 작품이다. 시청률 5.3%에서 3%대로 추락해 회복하지 못했는데
- 당연히 아쉽다. 하지만 크게 연연하고 휘둘리지 않으려고 했다.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간 떨어지는 동거' 이담 역을 맡은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제공]


드라마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서 하차했다. 아쉬운 마음은 없었나
- 서운하고 아쉬운 일이었지만 드라마 촬영을 진행하며 '하차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홍보차 '놀라운 토요일'을 찾아갔는데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하더라. 홍보할 일이 생기면 꼭 손님으로 가야지(웃음). 지금은 시청자 입장으로 잘 보고 있다. 제가 없어도 다들 잘하시더라. 프로그램 하차보다 좋은 언니, 오빠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는 하다.

'응답하라1988' 덕선이의 꼬리표가 아직도 따라붙는데
- 드라마 종영한 지 5년 정도 지났다. 아직도 '응답하라 1988'을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덕선이나 담이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다. 모두 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꼬리표'라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연기할 때도 제 나이와 가까운 인물을 선택하고 싶다. 나이별로 보여 드릴 수 있는 게 다를 거다. 제가 그 시절 느낀 감정을 그대로 보여 드리고 싶다. 조금 더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배우로서 고민하는 점은 무엇인가
- 늘 잘 해내고 싶다. 보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여러 공감을 함께하고 싶다. 배우로서 고민이 많다. 그만큼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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