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저를 보며 '응답하라 1988' 덕선이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덕선이를 사랑해주시고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저는 덕선이 '꼬리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가진 모습 일부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거로 생각해요. 나이에 맞는 인물을 연기하고 때마다 진짜 제가 느끼는 감정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배우 혜리는 드라마 속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해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투깝스' '청일전자 미쓰리' 영화 '판소리 복서'에 이르기까지 또래 인물이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그가 겪는 감정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도 마찬가지. 999살 구미호 신우여와 99년생 MZ세대 이담이 구슬로 인해 얼떨결에 한집살이를 하며 펼치는 드라마 속 혜리는 주인공 이담을 연기했다. '요즘 아이'라 불리는 이담과 가장 가까운 면면을 보여준 혜리는 아주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배역(캐릭터)에 관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가 종영했다. 마음이 어떤가
- 1년간 '간 떨어지는 동거'만 생각하고 지냈다. 1년 전 담이 마주했을 때가 생각난다. 굉장히 설렜었다. 이 설렘을 시청자들도 느꼈으면 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 '혜리가 아닌 담이는 상상할 수 없어!'라는 말이었다. 그게 제일 기분 좋더라.
혜리에게 '간 떨어지는 동거'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 제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였다. 좋아하는 분야인 데다가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라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표현이 굉장히 어렵더라. 어떻게 하면 재밌고 설레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방송이 시작할 땐 이미 촬영을 마친 뒤라 정말 시청자처럼 (드라마를) 봤다.
'간 떨어지는 동거'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무엇이었나
- 웹툰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들이 '웹툰'이라는 개념을 잘 모를 때부터 즐겨 봤다. 유명한 작품을 꿰고 있을 정도다. '간 떨어지는 동거'도 웹툰 원작인데 평소 눈여겨보던 작품이다. 드라마화가 된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가 컸다. 꼭 참여하고 싶더라. 많은 웹툰 팬이 그렇겠지만, 영상화가 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일치율(싱크로율)' 아니겠나.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극 중 이담과 일치율이 잘 맞길 바랐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도 싱크로율(일치율)인가
- 그렇다. 부담이 매우 컸는데 웹툰 원작 작가님께서 '이담을 구현할 때 저의 모습을 참고해서 만들었다'라고 하셔서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럼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 부담감이 많이 해소됐다. 용기가 생긴 거다.
방송 전부터 신우여 역의 장기용과 잘 어울린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 방송 전 화보 촬영과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아직 본방송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조화(케미스트리)가 좋다'라고 하셔서 놀랐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홍보 활동을 할 땐 이미 가까워진 상태여서 그런 모양이다. (장) 기용 씨에게도, 시청자분들에게도 감사하다.
김도완·박경혜와는 절친한 사이로 출연했다. 3인방이라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끌었는데
- 내내 웃느라 촬영을 못 했을 정도다. NG도 정말 많이 냈다. 가끔 (박) 경혜 언니와 도완 씨가 대사를 주고받고 저는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신이 있었는데 티키타카가 훌륭해 정말 넋 놓고 구경할 때가 있었다. 촬영 막바지에는 예행연습도 안 해보고 촬영했다. 그 정도로 잘 맞았다.
이담과 혜리에 관한 싱크로율에 관해서 언급했었는데, 실제 혜리의 모습은 어떤가
- 대부분 닮았다. 다른 점을 찾는다면 담이는 친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점 같다. 실제 저는 낯도 잘 안 가리고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 서슴없이 다가가는데 담이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 아이 같다. 담이를 연기하며 '아, 나 같은 성격을 가진 이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극 중 담이의 '먹방(먹는 방송)'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생각보다 많이 찍었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 맛있게 잘 먹는 장면을 담기 위해서 오후 촬영은 점심을 거르고 찍기도 했다. 더 맛있게 잘 먹게 되는 비법인 것 같다(웃음). 저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용 씨가 더 힘들어했다. 평소 먹성이 좋은 편인데 극 중에는 잘 먹지 않는 거로 나와서…. 제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마니아층에 사랑받았지만 아쉬움도 큰 작품이다. 시청률 5.3%에서 3%대로 추락해 회복하지 못했는데
- 당연히 아쉽다. 하지만 크게 연연하고 휘둘리지 않으려고 했다.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서 하차했다. 아쉬운 마음은 없었나
- 서운하고 아쉬운 일이었지만 드라마 촬영을 진행하며 '하차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홍보차 '놀라운 토요일'을 찾아갔는데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하더라. 홍보할 일이 생기면 꼭 손님으로 가야지(웃음). 지금은 시청자 입장으로 잘 보고 있다. 제가 없어도 다들 잘하시더라. 프로그램 하차보다 좋은 언니, 오빠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는 하다.
'응답하라1988' 덕선이의 꼬리표가 아직도 따라붙는데
- 드라마 종영한 지 5년 정도 지났다. 아직도 '응답하라 1988'을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덕선이나 담이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다. 모두 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꼬리표'라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연기할 때도 제 나이와 가까운 인물을 선택하고 싶다. 나이별로 보여 드릴 수 있는 게 다를 거다. 제가 그 시절 느낀 감정을 그대로 보여 드리고 싶다. 조금 더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배우로서 고민하는 점은 무엇인가
- 늘 잘 해내고 싶다. 보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여러 공감을 함께하고 싶다. 배우로서 고민이 많다. 그만큼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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