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다양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진행 중인 가운데 일반 투자자 고객들의 청약 증거금을 다른 금융상품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공모주 청약 환불금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청약 환불금을 고객들의 재투자로 이끌기 위한 방식은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 시 경품을 증정하거나 발행어음 등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말까지 공모주 청약 환불금으로 파생결합증권(ELS·DLS)을 비롯해 펀드와 채권 등에 가입한 고객 중 총 1200명에게 추첨을 통해 마트·주유 상품권을 증정한다. 1억원 이상 매수한 고객 중 200명을 추첨해 상품권 10만원권을 제공하고 5000만원 이상 매수한 고객 중에서는 400명에게 5만원권을 증정한다. 2000만원 이상 매수한 고객 중 600명은 1만원권을 받을 수 있다.
KB증권은 지난 6일까지 비대면 채널로 공모주를 청약한 고객에게 주식 쿠폰을 증정하는 '공모주 슈퍼위크 시즌1' 이벤트를 비롯해 공모주 청약을 준비하는 고객들이 중·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판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이벤트와 특판 상품 등으로 고객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이유는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때마다 상당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투자자 예탁금은 75조1675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뒤 29일 청약을 받지 못한 증거금이 환불되면서 하루 만에 9조1548억원이 예탁금으로 몰렸다.
투자자 예탁금과 함께 증시 대기자금 중 하나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카카오뱅크 청약 마지막 날 잔액이 52조5249억원이었으나 청약 증거금이 환불된 29일에는 67조4914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함께 또다른 '대어급'으로 꼽혔던 크래프톤의 경우 청약 결과가 비교적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 예탁금과 CMA 잔고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물량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는 만큼 청약 환불금을 금융상품 투자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공모주 청약 때마다 많은 규모의 고객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증거금 환불 이후에 상당 규모로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한다"며 "증권사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도 증거금 환불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