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재정부와 공업정보화부는 감사 정책 일환으로 국유기업과 공공기관에 문건을 보내 “첨단 기술 장비 315개 제품에 대한 자국산 비율을 25~100%까지 높이라”고 요구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당국 지침에 포함된 315개 장비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데이터 안보’가 포함된 장비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MRI와 엑스레이, 수술용 내시경 등 의료장비가 200개로 가장 많이 포함됐다. 또 항공기 통신 시스템, 해양 및 지질 조사 장비, 지하구조물 측정 도구 등의 장비도 문건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이 문건이 중국에 진출한 해외 의료장비 공급업체들에게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체적으로 캐논,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등이 타격을 입을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2018년부터 PC, 복사기 등 정보기술(IT)이 포함된 제품의 해외 공급 업체의 비중을 줄이라는 지침을 비공개적으로 내린 바 있는데, 이 때도 해외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고 NAR는 부연했다.
이 지침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지침이 조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말 연간 6000억 달러(약 700조원)가 넘는 미국 연방정부의 제품 및 서비스 조달 시장에서 미국산 비중을 확대한다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중국의 지침은 공개적이지 않고, 대상 품목도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바이 아메리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이번 지침은 미·중 무역 합의에도 위반된다. 중국은 미국과 합의에 따라 2020~2021년 2년간 미국 제품 구매를 최소 2000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의료장비는 무역 합의 당시 중국이 대규모 구매를 약속한 제품이다.
NAR는 “중국의 이번 지침은 수입품을 환영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라며 “글로벌 기업과 미국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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