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만 많게는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정작 납부하는 법인세는 고작 수십억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중 구글은 국내에서 조세 회피 글로벌IT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구글코리아는 설립 후 처음으로 지난해 경영 실적을 공개하며 매출 2201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는 97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각각 4925억원, 240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네이버와 카카오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네이버는 지난해 5조3041억원, 카카오는 4조15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앱마켓 수수료 수익을 포함한 구글의 실제 국내 매출을 최소 5조~6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모바일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구글플레이의 국내 매출액은 5조9996억원으로 나타났다.
구글코리아가 앱마켓 수수료를 감사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서버가 국외에 있어 관련 매출이 국내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초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5000억원가량을 추징한다고 고지한 바 있다. 구글은 일단 부과된 세액을 전액 납부했지만 이후 국세청의 과세에 반발,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를 제기한 상태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른 거대 글로벌 IT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443억원, 영업이익 118억원, 법인세비용은 35억원에 그쳤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해 4155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정작 한국에 낸 세금은 매출의 0.5%인 22억원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77%는 모 회사인 네덜란드 법인에 흘러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세 도입 합의··· 글로벌 IT기업 ‘세금 꼼수’ 끝낼 수 있을 까
국내에서 매년 최대 수조원을 벌어들이면서도 법인세 납부 의무는 피해갔던 글로벌 IT기업의 세금 꼼수는 끝날 수 있을까.
지난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은 총회를 열고 이 같은 세금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중요한 합의점에 도달했다. 일명 디지털세 도입이다.
디지털세는 다국적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체계다. 구글세 또는 가파(GAFA)세로도 불린다.
이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자국에 본사를 두고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에 자회사를 설치해 조세를 회피하는 ‘꼼수’를 차단하자는 취지다.
각국은 연결매출액이 200억 유로(약 27조원)가 넘고 이익률이 10%를 초과하는 100여개 글로벌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통상이익률 10%를 제외한 초과이익의 20~30% 금액에 대해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세금을 내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이 안에는 전 세계 139개국 중 130개국이 합의했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도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에선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구글이 매년 국내에 내야 할 추가 세금 규모는 최소 1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세 부과 대상은 당초 다국적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된 점은 고민거리다.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안은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도출될 예정이고, 실제 발효는 2023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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