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방식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지 않을 수 있는 방식이다. 후보들에게 공평한 시간을 주고 자유롭게 묻고 자유롭게 대답하는 게 제일 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9일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 시그널 면접’ 뒤 이렇게 말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들 간의 토론회가 아닌 면접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것.
이날 면접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김준일 뉴스톱 대표·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면접관으로 나서 후보별로 22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유 예비후보는 “특히 면접관의 문제가 있다.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예비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선관위가 (왜) 저런 분을 면접관으로 모셨는지 모르겠다”며 “저같은 경우에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는데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를 갖고 시간을 다 끌었다. 좀 어이가 없다”고 했다.
홍준표 예비후보도 “우리가 출마할 때 당에서 돈을 1억원 받았다. 토론을 하려고 하니까 사람도 많고 또 한 사람이 안 하겠다잖느냐”며 “그러니까 당이 불가피하게 이런 행사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토론회가 아니면 안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예비후보는 “이런 쇼잉하는 행사는 가능하면 하지 말고, 미국처럼 후보들이 연단에 서서 무작위로 질문하면 되지 않느냐”며 “그렇게 하면 될 걸 토론을 이리 회피하고, 저리 회피하고,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면접은 장성민·장기표·박찬주·최재형·유승민·홍준표 예비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장성민 예비후보는 면접관들로부터 지난 2000년 광주 5․18 전야제 당시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
장 예비후보는 “당시 광주 온 시내가 전부 문을 열고 술과 밥을 공짜로 주는 주빌리(기념제)였다”고 상황을 설명한 뒤, “노래 불러주고 서빙하는 여자분들이 몇 분 있었다. 저는 염려스러워 저리 가라고 하고 혼자 앉아 있었다”고 했다.
장 예비후보는 이어 “임수경 전 의원과 우상호 의원의 사적 다툼이 심해서 서로 갈등 관계를 쏟아내 파편을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당시 임 전 의원은 ‘5월 17일 밤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글을 통해 우 의원이 자신에게 욕설을 한 정황 등을 묘사해 논란이 일었다.
유승민 예비후보의 면접에선 공약인 여가부 폐지를 놓고 장시간 논의가 오갔다. 진 전 교수는 현재 불고 있는 안티 페미니즘의 바람에 타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내놨고, 유 예비후보는 4년 전 대선에서도 해당 공약을 내놨다며 선을 그었다.
유 예비후보는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지금 아무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서 진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예산이 2조원이 넘는데, 예산 내역을 보면 전부 다른 부처에서 가져온 일이다. 여가부 본연의 일이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홍준표 예비후보의 경우 경남지사 시절의 진주의료원 폐쇄, 강성노조 해체 등의 공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진 전 교수가 ‘진주의료원 폐쇄로 경남의 병상 1개당 인구수가 전국 평균의 3배’라고 지적하자, 홍 예비후보는 “그건 좌파적 사고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미 대법원에서 인정했는데 억지 논리를 펼치는 면접관들이 답답하다”고 했다.
홍 의원이 대통령 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진 전 교수는 ‘내우외환’, ‘천재지변’, ‘국회의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등의 발동 요건을 거론하며 법적 요건을 충족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 의원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금융실명제를 도입할 때 그 요건에 해당이 됐느냐”며 “YS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으로 시작하고 난 뒤 국회에서 입법을 했다”고 했다.
진 전 교수가 재차 “요건은 알고 주장하나”라고 하자, 홍 의원은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고 응수했다. 이어 어떻게 당에서 면접관 세 분 중 골수좌파인 두 분을 면접관으로 했느냐”며 “저는 상관없지만 다른 후보들은 골탕 먹겠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