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의 풍선효과로 생활형숙박시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대출 제한이나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전매도 가능해 수백대1의 경쟁률은 기본이고, 최고 수천대1에 달한다.
하지만 주거시설로 사용이 불가능하고, 법망을 피하는 '꼼수 영업'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묻지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생활형숙박시설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가 7~9일 진행한 청약 결과, 최고 경쟁률이 3781대1을 기록하며 전 타입 마감을 기록했다. 전체 공급물량 408실에 접수된 청약은 24만여건으로, 평균 경쟁률도 600대1에 육박했다.
앞서 지난달 25∼27일 롯데건설이 서울 마곡지구에 공급한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도 청약에 57만5950건이 몰리면서 최고 6049대1, 평균 6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전매 제한이 없어서다. 입지가 좋은 지역에 들어서는 생활형숙박시설에 당첨되면 계약금 10%만 낸 뒤 즉시 분양가에 웃돈을 얹어 팔 수 있다.
여기에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LTV(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당첨돼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정부가 비(非)아파트 주택에 대한 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수익형 부동산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도시형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등과 관련한 입지, 건축규제 완화에 대해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피스텔 등의 인허가 단축, 주차장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생활형숙박시설은 단기임대와 취사 등이 가능한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로, 주거용이 아닌 숙박용이라 투자 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건축물 용도상 숙박시설로 분류돼 소유주는 숙박업 신고 후 숙박시설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생활형숙박시설이 건축 목적과 달리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아예 분양 자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대상 건축물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분양이 불가능해지면 일반 콘도나 숙박시설처럼 회원권 형태로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계류 중이다. 통과 시 법안 공포 6개월 이후 곧바로 적용된다.
생활숙박시설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수익률도 잘 따져봐야 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장기적인 수요가 예측되면 좋지만 단기적으로만 숙박이 이뤄지면 수익률이 예상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생활숙박시설을 분양 받을 생각이 있다면 '묻지마 투자'는 지양하고 근처 주택 등 추가 공급, 경제활동인구 등 인근 지역 수요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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