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국내 인증제도에 몸살...인증기관 배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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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10-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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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인증절차·수수료로 국내기업 납품 포기 속출

  • 국내인증 해외선 통하지 않아…"경쟁력 저하 우려"

윤종원 기업은행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6월 15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생활의료기기 개발업체 해피엘앤비를 방문해 김두상 대표(왼쪽)와 관계자로부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이 중복·늑장 인증에 따른 부담과 과도한 인증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납품과 신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등의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4개 정부 유관 인증기관은 수수료로만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4개의 정부 유관 인증기관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최근 5년간(2016~2020년) 인증 수수료 수입은 2조1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영향에도 전년보다 9.3% 증가한 489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24개 부처에서 80개 법정의무 인증과 106개 법정 임의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연간 인증 취득 비용은 평균 2180만원, 취득 소요 기간은 5.5개월에 이른다. 중복 유사 인증이 많고 제품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을 받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과도한 인증 품목, 인증료, 인증기간 등의 폐해가 여전히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간 정부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국가 등의 인증은 국내에서 통하지 않고, 국내 인증 또한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국내 인증은 미국과 유럽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행정편의주의 산물’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한 의료기기업체 임원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들어간 의료기기를 개발했지만 인증 심사 담당자가 기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결국 인증을 포기했다”며 “도리어 인증기관을 학습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중소기업의 인증 부담은 계속 커지는 반면 인증기관의 재정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요 4개 시험인증기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기관들의 소유 부동산은 지난 7월 말 5911억원(취득원가 기준) 규모로 2016년(4195억원) 대비 40.9% 증가했다. 임직원 수 또한 같은 기간 18.6%(583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증기관의 관계자는 “인증의 전문성을 위해 사옥을 추가 건립 하는 등 기관의 규모가 커진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구자근 의원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과 방역정책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특히 중소 제조업의 취업자 수와 소득은 감소하고 공장 가동률 또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유관 인증기관의 수수료 수입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의원은 “비싼 인증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고, 느리고 복잡한 제도 절차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확실한 제도개선과 대책마련을 통해 국가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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