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외국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모아 놓은 파라솔을 봤어요. 이슬람 유령의 소리가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작가 박찬욱은 ‘그 순간의 표정’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만큼 그 순간이 인상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작가가 “세상 만물과 대화한다”고 표현한 순간순간이 사진에 가득 담겨 있었다.
국제갤러리는 1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 부산점에서 영화 감독이자 사진 작가인 박찬욱의 사진전 ‘너의 표정(Your Faces)’을 연다.
2016년 영화 ‘아가씨’를 만드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어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내고, 2017년 개관한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 입구에는 ‘범신론’이라는 제목으로 넉 달에 한 번씩 여섯 점의 사진을 교체 전시하는 등 그간 자신의 사진 작품을 조금씩 공개해온 박찬욱의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같은 시기 발간되는 동명의 사진집(을유문화사 출간)에 실리는 그의 작품 중 전시로 보여주고 싶은 30여 점을 선별했다.
1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박 작가는 “사람의 표정을 볼 때처럼 풍경이나 무생물, 사물에서도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표정을 발견하게 되고 교감하게 된다. 그의 삶과 나의 사적인 대화가 일대일로 이뤄진다”라며 ‘너의 표정’이라는 전시명을 설명했다.
그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은 ‘영화 감독 박찬욱’이라는 말이 각인 돼 있을 것이다.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박 작가에게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박 작가는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사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있다”라며 “(사진 작가로 활동 할 때)이름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영화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와 사진은 다르면서도 연결된 세계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처럼 사진에도 그만의 색이 묻어났다. 수많은 개미가 있는 과일이나 어느 낯선 화장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꽃 등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마치 흑백영화와 천연색영화처럼, 흑백과 컬러 사진은 각각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고양이만 할 수 있는 자세를 찍은 작품에서는 친한사람만 알 수 있는, 동물과 오랜 기간 함께 하며 나눈 ‘긴 대화’가 느껴졌다.
박 작가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영화 감독과 사진 작가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졌다. 결론적으로 둘 다 박찬욱이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영화는 여러 명이 함께 만든다는 점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라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고 끌고 가는 성격이 아니야. 내성적이다”라고 말했다. 수백억원 씩 제작비가 들어가는 상업 영화를 만드는 영화 감독 만이 알 수 있는 책임감도 털어놨다.
반면 사진에 대해 그는 “음악을 들으며 몇 시간을 걷는다.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책임지고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카메라를 놓지 못한다. 사진만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더욱 즐겁게 일하는 사진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에는 그의 본능적인 감각이 담겨있다.
오는 6일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하는 가운데, 이번 사진전은 박 감독의 또 다른 예술 세계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박 작가는 “사진은 한순간을 촬영하고 공간적으로 정해진 프레임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작가 박찬욱은 ‘그 순간의 표정’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만큼 그 순간이 인상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작가가 “세상 만물과 대화한다”고 표현한 순간순간이 사진에 가득 담겨 있었다.
국제갤러리는 1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 부산점에서 영화 감독이자 사진 작가인 박찬욱의 사진전 ‘너의 표정(Your Faces)’을 연다.
2016년 영화 ‘아가씨’를 만드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어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내고, 2017년 개관한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 입구에는 ‘범신론’이라는 제목으로 넉 달에 한 번씩 여섯 점의 사진을 교체 전시하는 등 그간 자신의 사진 작품을 조금씩 공개해온 박찬욱의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1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박 작가는 “사람의 표정을 볼 때처럼 풍경이나 무생물, 사물에서도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표정을 발견하게 되고 교감하게 된다. 그의 삶과 나의 사적인 대화가 일대일로 이뤄진다”라며 ‘너의 표정’이라는 전시명을 설명했다.
그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은 ‘영화 감독 박찬욱’이라는 말이 각인 돼 있을 것이다.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박 작가에게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박 작가는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사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있다”라며 “(사진 작가로 활동 할 때)이름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영화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와 사진은 다르면서도 연결된 세계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처럼 사진에도 그만의 색이 묻어났다. 수많은 개미가 있는 과일이나 어느 낯선 화장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꽃 등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마치 흑백영화와 천연색영화처럼, 흑백과 컬러 사진은 각각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고양이만 할 수 있는 자세를 찍은 작품에서는 친한사람만 알 수 있는, 동물과 오랜 기간 함께 하며 나눈 ‘긴 대화’가 느껴졌다.
박 작가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영화 감독과 사진 작가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졌다. 결론적으로 둘 다 박찬욱이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영화는 여러 명이 함께 만든다는 점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라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고 끌고 가는 성격이 아니야. 내성적이다”라고 말했다. 수백억원 씩 제작비가 들어가는 상업 영화를 만드는 영화 감독 만이 알 수 있는 책임감도 털어놨다.
반면 사진에 대해 그는 “음악을 들으며 몇 시간을 걷는다.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책임지고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카메라를 놓지 못한다. 사진만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더욱 즐겁게 일하는 사진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에는 그의 본능적인 감각이 담겨있다.
오는 6일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하는 가운데, 이번 사진전은 박 감독의 또 다른 예술 세계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박 작가는 “사진은 한순간을 촬영하고 공간적으로 정해진 프레임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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