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등 이른바 '사이버 테러'가 지능화 되고 있다. 기업들 또한 사이버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 개인정보 해킹 등 범죄가 발생하면 기업들은 사이버 범죄의 피해자이자 고객들에게는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최근 로펌들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팀 구성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법무법인 세종은 사이버 수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양근원 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양 고문은 1986년 경찰에 입문한 이후 90년대 초반부터 25년간 사이버수사, 디지털포렌식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는 처음으로 사이버수사·디지털 포렌식을 주도했고, 국가수사본부 내 사이버수사국이 현재의 기틀을 잡을 때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양 고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서 일을 했고, 경찰에 있을 동안 배려를 받아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양 고문과의 일문일답.
- 사이버 수사의 선구자로 불린다. 처음 사이버수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경찰청 형사부 들어가기 전 수사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컴퓨터 자체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무작정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를 샀다. 월급 두배 정도 되는 가격이었는데, 당시엔 컴퓨터 범죄라는 게 없어서 자료를 인터넷이나 학술자료를 모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1994년 경찰청 형사부로 발령 났는데 컴퓨터 범죄를 중점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담당해보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이후 조직적으로 대응·수사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있어 인력 충원을 요청했고 정규조직으로 탄생하게 됐다. 컴퓨터나 과학기술을 수사하고 접목시키는 사람이 없던 시기였고, 미리 하다보니 그런 별명을 얻은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30여년 중 25년을 사이버수사를 했다. 사이버수사 체계를 확립함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었다. 2000년도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만들고, 거기서부터 지방청까지 설립했는데. 당시 미국에서 야후 등이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옛날엔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다. 그 직후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조금 있었다. 몇몇 언론기관과 인터넷 사이트 등 5군데 정도로 기억한다. 웜바이러스도 같이 발생했고 동시다발로 발생하다보니 이슈화가 됐다. 그때 범인들을 모두 검거했다. 박태준 국무총리가 직접 경찰청에 방문했고, 사이버 범죄를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브리핑했다. 중앙조직은 한두명 늘리기도 힘든데, 당시 85명 규모 새로운 조직을 만들게 된 사건이라서 평생 잊을 수가 없다."
- 로펌에 몸 담게 된 이유는?
"디지털 포렌식분야는 중요하다. 국가기관에 있으면서 역할을 하다보니, 디지털 증거 취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기관은 투자를 많이 해서 커졌는데, 법적이나 사회 안정적 측면에서는 국가기관만 커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 분쟁 같은 경우 국가기관만 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재판에서 양 당사자의 무기가 비슷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역할을 하는 곳이 법무법인이다. 미국의 경우 디스커버리제도를 통해 양당사자가 디지털 증거를 공유하도록 돼 있고, 서로 검토·분석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제도가 없다. 변호사 업계도 이 같은 일을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거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소지가 좀 더 줄어들 수 있게, 국가기관과 다른 한축의 무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 더 수평화가 되는 역할을 할 것 같다."
- 로펌에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우리나라는 인터넷공간·정보통신망을 규율하는 법제가 굉장히 복잡하다. 수십개 법률에 규정이 나누어져 있어서 파악하기 힘들다. 사이버 범죄는 관련 기업들이 공격 대상이 됐을 때, 1차적으론 피해자인데, 현행 법률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 대규모 인터넷 사업을 하는,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업들이 그렇다. 정보통신망법상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사이버 범죄로 인한 공격이나 피해를 당하면 걷잡을 수 없이 연쇄적으로 여파가 생길 수 있다. 법적·정책적 차원에서, 자문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데, 경험이 조금 있으니 도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또다시 개척자가 되실 것 같다. 어떤가.
"실무능력이 없으면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과 법적인 부분, 실무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 일을 했고, 경찰 일이라는 게 쉽지는 않은데, 윗분들이 배려해주셔서 일할 수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니 감사하다. 그런 마음으로 일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