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⑫게임으로 만난 사이, 이젠 미얀마서 한국 알려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1-11-27 05: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JBJ엔터테인먼트, 미얀마서 K-POP 아이돌 육성

  • 인비젼우정 강성원 이사·이건학 과장 인터뷰

미얀마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13~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GEE 2021'에서 눈길을 끄는 전시관이 있었다. 미얀마 현지에서 현지 국적의 멤버와 언어로 K-POP(케이팝) 스타일의 아이돌을 육성하는 'JBJ엔터테인먼트'의 부스였다. 
 

지난 11월 13~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GEE 2021'에 전시된 JBJ엔터테인먼트 소개 포스터. [사진=인비젼우정]

JBJ엔터테인먼트는 2016년부터 미얀마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 후, 짧은 기간 동안 굵직굵직한 행사를 치러냈다. 이듬해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미얀마 최초의 케이팝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인 '갤럭시스타 미얀마'를 제작했고, 2018년에는 2만명 규모가 모인 케이팝 페스티벌 '미얀마 뮤직 웨이브(MMW) 콘서트'를, 2019년에는 외교부와 함께 '2019 케이팝 우정 콘서트'를 주최했다. 

미얀마인 아티스트가 미얀마어로 케이팝을 소화하는 케이팝 아이돌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남성과 여성 솔로 아티스트인 '아담'과 '루프링'이, 2019년에는 자체적으로 기획부터 육성까지 전담한 5인조 보이그룹 '알파(ALFA)'가 데뷔했다. 2018년 당시에는 태국 0316엔터테인먼트와 합작 기획한 걸그룹 '로즈쿼츠'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본지는 미얀마에서 JBJ엔터테인먼트로 활동 중인 '인비젼우정'의 강성원 이사(30)와 이건학 과장(32)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타워에서 만났다.  

2020년 4월,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에 잠시 귀국했던 상황이 벌써 2년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당시 옷가지만 조금 챙겨서 나왔던 터라, 컴퓨터와 피아노 등 개인 물품뿐 아니라 각종 사진과 문서 등 업무 기록도 고스란히 미얀마에 남았다. 이후 이들은 올해 2월을 목표로 현지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정세마저 불안해졌다. 코로나19 사태와 현지 정세 불안까지 '기약 없는 대기 상태'가 이어지자, JBJ엔터테인먼트의 업무 역시 '올-스톱(All-Stop)' 상태가 됐다. 

이에 JBJ엔터테인먼트는 한국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인비젼우정'이란 이름의 한국 법인을 마련하고 사무실도 열었다. 다만 현지 아티스트와의 연락과 관리 업무를 맡을 미얀마 내 필수 인력과 사무실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2019년 미얀마 양곤에서 강성원 인비젼우정 이사(오른쪽)와 이건학 과장 모습. 미얀마에서 일할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 대부분이 미얀마에 두고 온 컴퓨터에 있어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사진=인비젼우정]

 
◇한국에서 놓친 꿈을 미얀마에서 다시 찾다
JBJ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두 사람은 한국 법인 이름처럼 '우정'의 끈으로 연결됐다.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둘은 음악이라는 키워드 아래 하나가 됐다. 미얀마에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던 성원씨는 음악을 전공한 건학씨에게 작업을 요청했다. 결국 2018년 JBJ엔터테인먼트가 준비 중이던 여성 솔로 아티스트인 '루프링(Lu Hpring)'의 데뷔곡 편곡 데모 작업을 건학씨가 도우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됐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그들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잘 맞는 궁합이었다. 미얀마와 한국음악이라는 두 키워드 아래 둘은 의기투합했고, 건학씨의 미얀마행은 운명처럼 결정됐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음악이라는 꿈을 향해 달리던 건학씨에게 미얀마는 새로운 출구였다. 음악꾼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꿈만으로 버텨나가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이제 그만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짙어질 무렵 성원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다시 음악이 그를 잡는 것 같았다. 오디오 기기 수입판매 회사에서 이제 막 매장 점장 자리를 제안받은 시기였지만, 미련 없이 미얀마로 떠났다. 다시 음악을 만나러. 
 
◇"HOT 시대에 엑소를 꿈꾼다"
건학씨와의 의기투합은 성원씨에게도 새로운 기회였다. 두 사람이 만나면서 미얀마에서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JBJ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으로 기획부터 육성까지 전담한 '알파'의 데뷔 시기가 다가왔지만, 건학씨의 합류 전까진 회사에는 음악을 전담할 만한 인력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지 1년 만에 알파는 무사히 데뷔했다. 알파의 활동이 현장과 페이스북 모두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시점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가 터졌다. 알파는 두 사람 모두 1년 동안 아티스트 육성에만 매달렸던 결실이었기에 답답한 마음이 더 컸다. 
 

JBJ엔터테인먼트가 미얀마 현지에서 2019년 선보인 보이그룹 '알파(ALFA)'. [사진=인비젼우정]

성원씨는 문화·예술 기반시설(인프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미얀마 현지에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저희의 목표는 '엑소'와 같은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것이지만, 미얀마 현지의 문화 인프라는 한국에서 'HOT' 활동 시기(1990년대 후반)와 다르지 않아요. 미얀마가 동남아시아 지역의 문화 주도국인 태국 수준에 이르려면 최소 5~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얀마에도 케이팝 열풍이 불면서 대중의 귀는 높아졌어요. 이 수준을 만족시킬 실력을 갖춘 아티스트를 현지에서 찾기에는 상황이 열악합니다.

 
이는 미얀마의 정규 교육 커리큘럼에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문화 교육 과정이 없는 영향이 크다. 미얀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연예인이나 아티스트를 장래 희망으로 꿈꾸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가수의 콘서트에 티켓을 사서 관람한다는 관념도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행사를 기획하려고 해도 출연료를 지불하고 한국에서 아이돌을 섭외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주최 측의 손해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원씨는 웬만큼 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미얀마에 진출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쟁사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 조건을 만만하게 볼 순 없다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장기적인 활동을 하려면, 현지 사정에 맞춰 퀄리티를 맞추고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기존의 열악한 인프라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직접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데, 결과물 없이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기다리는 법도 배워야 하죠.

 
◇"지금 하는 모든 것이 미얀마에선 새로운 길"
이런 탓에 성원씨는 처음 미얀마에 진출할 당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지금 아는 정도만 알았더라면 이런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성원씨가 미얀마에서 사업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던 것은 2012년 무렵이다. 당시 성원씨는 한국의 음료를 미얀마로 유통하는 무역 일을 시작했다. 음료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홍보가 필요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방송·광고 일로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커지면서 지금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성원씨는 미얀마의 열악한 문화산업 환경에서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계속 이 일을 진행할 수 있던 가장 큰 동력은 어머니인 정분자 인비젼우정 회장의 신념 때문이었다. 
 

2017년 JB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미얀마의 케이팝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인 '갤럭시스타 미얀마' 출연·관계자들의 단체 사진. 가운데 한복을 입은 사람이 정분자 인비젼우정 대표이사·회장. [사진=인비젼우정]

한국에서 의류 도매업을 시작으로 사업을 키운 정 회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아직 한국 기업이 거의 진출하지 않았던 미얀마를 눈여겨봤다. 이는 단순히 사업 확장의 의미뿐 아니라 사업가로서 느낀 사회적 책무 때문이기도 했다. 미얀마 현지의 열악한 문화 환경을 확인하고는 직접 나서 한국-미얀마 문화 교류의 역할을 자임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는 정 회장은 사비를 털어가며 우리 정부와 미얀마 당국 사이에서 문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당시 미얀마 정부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정 회장을 자국의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지금의 JBJ엔터테인먼트가 있기까지 고비고비마다 정 회장의 결단이 있어왔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의 요청에 외교부가 주최하는 '케이팝 페스티벌'의 미얀마 지역 예선 운영 비용을 지원했고, '갤럭시스타 미얀마'를 마친 후에는 계약 조건이 없었음에도 방송이 발탁한 아티스트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갤럭시스타 미얀마) 방송으로 이들과 15개월이나 함께 왔는데, 이제 와서 그들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는 정 회장의 걱정이 사실상 JBJ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런 정 회장의 신념은 고스란히 성원씨와 건학씨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성원씨는 자사가 육성하는 아티스트의 은퇴 후 생계를 책임지는 장기 구상을 인터뷰 말미에 소개했다. 자사의 은퇴한 아티스트들이 강사로 근무하는 '케이팝 트레이닝 센터'를 개설하고, 이후 이를 학교 규모의 '케이팝 아카데미'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미얀마 현지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제대로 된 음악교육 시설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건학씨는 짧은 미얀마 생활 속에서도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금 JBJ엔터테인먼트가 하는 일은 모두 미얀마에선 새로운 길이에요. 예를 들어 미얀마에는 연예인 매니저란 직업이 없어요. 한국에선 당연한 문화지만, 미얀마에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죠. 작은 일을 하더라도 미얀마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책임감이 강해져요. 음악 역시 마찬가지예요. 케이팝을 하는 입장에서 제가 하는 음악이 미얀마에선 곧 한국의 음악을 대표하거든요. 조심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미얀마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지만, 성원씨와 건학씨는 인비젼우정을 통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 JBJ엔터테인먼트로 미얀마에 다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1월 13~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GEE 2021' 내 JBJ엔터테인먼트 부스에서 방송 인터뷰 중인 강성원 인비젼우정 이사(왼쪽 끝). [사진=인비젼우정]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