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17일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한국이 훨씬 더 할 일이 많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 구성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당부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밝히며, 공급망 다변화 등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한·미 양국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3시간 30분에 걸쳐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회의를 진행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재편과 인프라, 백신·보건 협력 등을 두루 논의했다. 외교부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질병관리청 관계자 등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은 반도체가 일상생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파트너이자 리더라는 점에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해왔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자와 고품질의 투명한 투자법률 등을 갖췄다"며 "한국과의 협력이 엄청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외교 정책과 노동자 계층의 이익을 연계하는 작업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같은 의견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의 노동자 계층 등을 위한 새로운 기회 창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충실하게 함께하고, 우리가 기여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미국의 이니셔티브 성공에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와 업계와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요소수 사태 등을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급 안정성에 대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미국도 이해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의료원료 등 4개 부문 공급망을 관리 중인데, 내년에 6개 보고서를 추가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양국은 중국을 의제로 삼진 않았다. 일부에서는 페르난데스 차관이 '인도·태평양(인태) 경제 프레임워크'에 한국 정부 동참을 촉구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외교부는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참여 요청을 공식 제안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양국 간 민·관 협력 방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도 있게 점검하느라 다른 얘기를 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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