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한 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회장을 지낸 A씨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건을 심리한 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 수사에 자의적인 증거 판단과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학부모회는 A씨가 회장 재직시절 2016년 6월부터 1년여 간 야구부 감독에게 모두 15차례에 걸쳐 합계 254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검찰은 건넨 금품이 매번 100만원이 넘기에 감독과 A씨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게 1회 100만원을 넘거나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지 못하도록 한다.
검찰은 A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대표로 학부모회가 모은 돈을 건넨 행위가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추수 금지 금품 등'으류 해당하는지였다.
대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야구부 감독에 대해 금품 제공의 주체인 학부모회가 '동일인'에 해당하지 않고, 받은 금품을 학부모 한사람씩 나눠 계산하면 청탁금지법 금지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헌재는 "법원 판단과 같이 청탁금지법에 규정된 '동일인'은 동일한 자연인과 법인을 의미하는데 학부모회는 법인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법인 사단이나 재단처럼 독립한 단체로서의 조직과 독자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부모회는 회원이 40여명이 매월 65만원씩 회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모인 돈 일부가 회칙에 따라 연구비 등 명목으로 감독에게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감독이 받은 금품은 학부모회 구성원 개개인이 준 것이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학부모회가 동일인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내려진 것"이라며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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