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로이터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겪을 시 곡물 가격 폭등이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는 “흑해 지역에서 곡물 생산이 중단되면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받은 식량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흑해 항구를 이용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등 4대 주요 수출국은 군사 행위나 제재로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곡물위원회(IGC)는 우크라이나를 2021·2022년 옥수수 세계 3위 수출국이자 밀 4위 수출국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역시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꼽힌다. 도미닉 슈나이더 UBS 전략가는 “최근 흑해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져 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2400만t에 달하는 밀을 생산해 중국, 유럽, 개발도상국 등에 1800만t을 수출했다. 레바논 등 일부 국가는 한 해 동안 소비하는 밀의 절반을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FP는 “밀 소비 10% 이상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14개국 중 상당수가 이미 정치적 불안정하나 노골적인 폭력으로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예멘과 리비아는 총 밀 소비량의 각각 22%와 43%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우크라이나 밀의 최대 소비국인 이집트는 2020년에 밀 소비량의 약 14%인 300만t 이상을 수입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28%), 인도네시아(28%), 방글라데시(21%) 등도 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을 공급 받는다.
FP는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긴축 시장에서 공급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혼란이 발생하면 가격 상승은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 이미 정치적 불안에 빠진 국가들이 추가로 식량 가격 상승을 겪는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많은 국가에서도 곡물 가격 급등이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민족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경을 넘어 폭력을 퍼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2010년대 초반 식량 가격 상승을 도화선으로 ‘아랍의 봄’을 겪은 바 있다. 튀니지, 이집트 등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은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비민주적 정치제도나 관료의 부패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식량 가격의 급등이 대중의 시위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내 밀 수확시기는 6~7월 초여름, 옥수수 수확은 9~10월에 이뤄진다. 유럽에서는 이 시기가 오기 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면서 유럽이 식량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U는 우크라이나발 식량난에 대비해 곡물 공급망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등 대체 국가의 역할도 주목된다. 브랫 호스킹 호주 곡물재배인협회 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발생하면 사실상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 서로 전쟁에 빠지는 것이다. 대안으로 호주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배치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미국, 유럽 등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경고하고 전날 미군 8500명에 대해 유럽 배치 대비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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