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국보급 작품 가득...'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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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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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전 러시아를뒤흔든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혁신적 회화 작품 75점

 

[사진=‘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전]

 
20세기 초 러시아 미술혁명을 선도한 아방가르드 걸작들이 국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전이 오는 4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바실리 칸딘스키, 카지미르 말레비치,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엘 리시츠키, 미하일 라리오노프, 나탈리야 곤차로바 등 49인의 작품 75점이 전시됐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탈린 집권 이후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종식을 고했다. 동서 이념 대립과 냉전에 의해 세월진 철의 장막 속에 60년 이상 가려져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20세기 현대미술, 건축, 디자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 경향으로 평가 된다. 아방가르드는 기성 예술을 부정한 혁신적인 예술 운동을 말한다.
 
지난 2018년 영국 왕립예술원과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러시아 혁명 100주념을 기리는 차원에서 관련 전시가 대규모로 열린 바 있다. 이에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유럽 모더니즘 미술에 대응하는 비서구권 아방가르드 미술의 국내 소개도 시급하다는 인식이 싹 텄으며, 때마침 한러 수교 30주년이라는 시기적 특수를 맞이해 본 전시가 기획됐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거장전들이 해외에서 기획된 전시를 그대로 가져와 전시하는 기존 관행과 달리, 본 전시는 김영호 예술감독 휘하 국내 러시아 미술 전문가와 전시기획 전문가들이 발로 뛰어 직접 기획한 전시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전시된 작품들은 러시아 국립미술관인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 소장품이 주가 된다. 아울러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미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연해주 미술관 등에서도 작품을 보내 힘을 합쳤다. 이들 작품 모두, 러시아 연방 문화부에 문화재로 등록 관리되고 있는 국보급 미술품들이다.

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No.217 회색타원, 1917 [사진=Ⓒ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는 ‘즉흥’, ‘인상’, ‘구성’ 등의 시리즈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러시아 활동 시기에 남긴 ‘즉흥’ 시리즈가 소개됐다. 과거 칸딘스키는 “색채는 건반, 눈은 공이, 영혼은 현이 있는 피아노다”라며 “예술가는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는 손이다”라고 말했다.
 
1917년 제작된 ‘즉흥 No. 217’은 구상적인 요소가 거의 사라진 완전한 추상을 보여준다. 색에서 음악을 느꼈다고 하는 칸딘스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1909년작 ‘즉흥 No. 4’의 강렬한 색채도 매우 인상적이다.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선구자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대표작을 포함해 입체-미래주의 경향의 작품도 함께 출품됐다.
 
“사물을 묘사하는 부담에서 예술가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남긴 말레비치의 1913년작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은 관객에게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광선주의’, ‘신원시주의’로 유명한 미하일 라리오노프와 나탈리야 곤차로바의 작품들과 현대 사진예술과 광고디자인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대형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 1913 [사진=Ⓒ Krasnoyarsk Art Museum named after V.I.Surikov]

 
더불어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역사를 정리해 놓은 코너와 그 당시 러시아 영화를 상영하는 코너도 관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퇴폐 예술로 낙인이 찍혔으나 50년 뒤에 미니멀아트로 부활한 역설적 창조의 예술이었다”라며 “1910~1920년대 러시아의 전위적 예술운동은 현대미술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에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짚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전시이해와 참여를 위해 작은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을 위한 체험활동지가 제공되며,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주요 작가그룹이었던 ‘다이아몬드 잭’을 연상시키는 트럼프 카드 모양의 미션카드로 현장에서 미션을 풀어보며 전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관람에 추천되는 오디오 가이드는 영화배우 이제훈이 참여해 작품과 작가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한편, 이번 전시는 대중의 문화예술 향유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관람객의 자유로운 작품 촬영이 허용될 수 있도록 작품 계약단계에서부터 섬세하게 배려됐다. 특히 출구에 배치된 포토 프레임 카드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추억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전시 된 러시아 아방가르드 역사 [사진=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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