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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논란] 일본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TF로 맞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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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2-0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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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日, 근대산업시설 등재 후속조치부터 이행해야"

최근 일본이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보로 추천하면서 한·일 양국의 역사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만류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끝내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감행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한국 측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를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일본은 또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었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전력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日, 한국 항의에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사진=연합뉴스]

일본 니가타(新潟)현에 위치한 사도광산에는 조선인 2000명 이상이 강제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에도시대에 수작업 기술로 금을 대량 채굴했다는 등의 의미를 부여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유산 후보 추천을 결정하고, 이달 1일 추천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직후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는 대변인 성명을 냈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도 초치해 항의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밀어붙였다.

이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오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첫 통화에서 깊은 실망과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통화는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정 장관은 일본이 2015년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일본 정·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해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일본 정부가 이에 동조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측이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수출 규제·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양국의 여타 현안과 관련한 우리 정부 입장도 재차 전달했다.

과거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물밑 타협이 이뤄졌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유네스코 주재 일본 대사는 2015년 7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했다"고 언급하고,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은 군함도 등을 안내하기 위해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하면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동원의 역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전시물을 구성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업유산정보센터 등 일본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지난해 7월 31일 자로 내놓은 결정문에서 일본 정부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강한 유감(strongly regrets)'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 TF 대응에 일본 대화 시도…양자회담 열릴까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 추천 관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외교부는 지난 4일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응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TF는 이상화 공공외교대사 주재로 열렸으며,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재청, 해외문화홍보원, 국가기록원, 동북아역사재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 10개 관계부처·기관의 국장급 인사와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일본이 등재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당일 TF를 꾸렸다. 이 대사가 단장을, 외교부와 문체부의 국장급 인사가 부단장을 담당한다.

이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TF 구성원들이 긴밀하게 협업해 필요한 자료 수집과 분석 등을 면밀히 준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어 단계별 대응 전략과 부처·기관·전문가 그룹별 업무 분장에 따른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강력한 결정을 상기하면서, 일본 정부가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후속조치를 지체 없이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 대응에 있어 민·관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다양한 외교 채널도 활용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을 논의할 예정인데, 일본 정부는 이때 한·일 양자회담 개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그간 대화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따라서 일본이 양자회담을 요청하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후부터 실질적인 대화를 회피해왔다.

이런 일본이 갑자기 대화를 중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한국 정부 양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내부적으로 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극우 보수파로 분류되는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현 시점에서 양자 회담은 일본 국익상 마이너스"라며 회담을 하더라도 한국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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