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1월 급락세를 뒤로 하고 반등에 성공하며 2700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에 단기적 오름세로 전환했지만 1월 급락 요인으로 작용했던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들어 1월에만 2900선에서 2600선으로 10% 이상 급락한 코스피는 다시 2700선으로 오르며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가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 등 불확실성 확대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경제지표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46만7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15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상폭과 긴축 강도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로 올라 2.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월 '고용 서프라이즈' 이후 경기불안심리가 다소 잦아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폭과 강도에 대한 우려는 확대됐다"며 "0.5%포인트 인상 우려가 커진 상황으로 코스피가 추가 반등을 시도하더라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로 올라 2.0%를 눈앞에 두면서 증시에 다시 부담을 끼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보고서를 통해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자 연준의 매파적인 움직임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는 10일까지 이어질 국채 입찰과 소비자물가지수 결과에 따라 2.0%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한 유가도 증시에 부담이다. 지난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2.31달러에 거래돼 지난 2014년 9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 오름세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져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오는 2분기에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며 "유가 상승세는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더 강화시키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폭 확대에 대한 우려와 국채금리 상승,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가 증시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심리와 실물 경제지표가 증시 하락폭과 강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비심리와 실물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지 않을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증시 반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강조한 연준의 입장을 감안한 투자자들이 고용 개선과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방향성이 현재보다 다소 뚜렷해질 시기로는 3월이 꼽힌다.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의 변곡점이 3월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면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이어지고 변동성 확대가 다시 나타날 수 있지만 경제 재개라는 방향성은 비교적 명확하다"며 "봄이 오면서 점차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는 민감한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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