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재규 감독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2012년 '더킹 투하츠' 이후 영화 연출에 몰두했던 이 감독이 오랜만에 시리즈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극한 상황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의 필사적 사투와 학교라는 특정한 공간을 이용한 다이내믹하고 창의적인 액션 등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개 10일 만에 3억6102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시간 5위로 올라섰다.
이 감독은 전 세계적인 인기와 관심이 "아직도 신기하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이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데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주경제는 이재규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7년 전부터 기획, 제작된 '지금 우리 학교는'의 탄생기와 비하인드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이재규 감독의 일문일답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TV시리즈 부문 시청 1위를 기록 중이다
- 20년 전 제가 연출한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가 큰 인기를 얻었었다. 당시 주변 분들께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우리 학교'로 오랜만에 그 못지않은 연락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으로 몇 년간 연락이 끊겼던 분들과 다시 연락이 닿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예전처럼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계셔서 연출자로서 기쁜 마음이다.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나?
- 아직도 얼떨떨하다.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무후무한 작품이 있었고, 그 작품이 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더욱 둬주시는 것 같고 이 기세를 몰아 좋은 작품들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성적이 좋아서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해외 시청자들이 워낙 좀비물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장르적으로도 주목받은 것 같고, '오징어 게임'의 덕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열어준 문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고 K콘텐츠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제 생각에 서구인들의 작품들은 건조하고 정제된 감정으로 작품을 다루는 데 반해, 한국 콘텐츠는 그보다 덜 정제되었어도 더 뜨거운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가 자라고 사회화되며 어릴 때 가진 뜨거움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인데, 그런 면에서 세계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6~8화로 제작되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화로 만들어졌다. 긴 호흡으로 작품을 만든 이유가 있었나?
- 천성일 작가와 기획 단계부터 '몇 회가 적합한가'에 관해 많이 고민했다. 8화가 적합하다면 그것에 맞게 줄이고, 14회가 적합하다면 늘릴 생각이었다. 제작진과 고민한 끝에 12부작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그에 맞게 구성을 나누었다.
오랜만에 긴 호흡의 작품을 찍었다. 완성본을 보니 어땠나?
- 제가 작품을 할 때는 예민해지는 편이다. 작품에 사용한 음악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선다. (현장에서) 소리 지를 때도 있고, 흥분할 때도 있다. 부담이 커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렇지 않았다. 찍는 것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아이들(배우들)과 함께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배우들이 행간에 담아낸 지점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느껴지더라.
마이너로 취급받았던 '좀비물'이 어느새 인기 장르가 되었다. 제작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 '지금 우리 학교는'은 7년 전 기획되었다. 당시에는 좀비물에 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고 흥행에 관해서도 냉소적이었다. 다행히 (제작되는 사이) 영화 '부산행'이 큰 흥행을 거뒀고 (작품을 보는) 시선도 바뀌게 됐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문제점들을 깊이 다루고 있다
-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자기 자신과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장르적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면서 이면에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저는 '학교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사회적인 고민, 반성, 문제 제시 등을 담아내려고 했다.
학교 폭력, 특히 성폭력을 다루는데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성'과 관련한 것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원작에는 훨씬 더 폭력적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성폭력도 극단적으로 그려졌었다. 예컨대 귀남(유인수 분)이 성폭력이나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웹툰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사용했겠지만, 영상은 웹툰과 다른 점이 있고 극단적인 폭력·성폭력 등을 묘사하거나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은지(오혜수 분)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내던지면서도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폭력'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이해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1부 설정이 강한 점이 있었지만, 종국에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원작에는 없지만, 시리즈를 위해 각색한 부분들이 있나?
- 바이러스의 기원 아닐까? 보통 좀비물들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설명하지 않는다.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집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보는 게 중요했고 그 주제를 영상물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 기세라면 시즌2도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
- 시즌2를 제작하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우리 작품 속에는 일반인, 좀비, 남라(조이현 분)와 은지(오혜수 분) 같은 돌연변이가 등장하는데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좀비 생존기'로 이야기를 꾸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돌연변이 좀비들이 차별받고 위협받게 되는 모습 등이 다뤄지지 않을까?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작품이 될 거다. 30년을 되돌아가 청년의 마음으로 살아 볼 수 있었다. 매 장면 '이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면서 찍었다. 아침마다 촬영장 가는 게 즐거웠던 것도 이들의 젊음, 순수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극한 상황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의 필사적 사투와 학교라는 특정한 공간을 이용한 다이내믹하고 창의적인 액션 등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개 10일 만에 3억6102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시간 5위로 올라섰다.
이 감독은 전 세계적인 인기와 관심이 "아직도 신기하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이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데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주경제는 이재규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7년 전부터 기획, 제작된 '지금 우리 학교는'의 탄생기와 비하인드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이재규 감독의 일문일답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나?
- 아직도 얼떨떨하다.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무후무한 작품이 있었고, 그 작품이 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더욱 둬주시는 것 같고 이 기세를 몰아 좋은 작품들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성적이 좋아서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해외 시청자들이 워낙 좀비물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장르적으로도 주목받은 것 같고, '오징어 게임'의 덕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열어준 문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고 K콘텐츠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제 생각에 서구인들의 작품들은 건조하고 정제된 감정으로 작품을 다루는 데 반해, 한국 콘텐츠는 그보다 덜 정제되었어도 더 뜨거운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가 자라고 사회화되며 어릴 때 가진 뜨거움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인데, 그런 면에서 세계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6~8화로 제작되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화로 만들어졌다. 긴 호흡으로 작품을 만든 이유가 있었나?
- 천성일 작가와 기획 단계부터 '몇 회가 적합한가'에 관해 많이 고민했다. 8화가 적합하다면 그것에 맞게 줄이고, 14회가 적합하다면 늘릴 생각이었다. 제작진과 고민한 끝에 12부작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그에 맞게 구성을 나누었다.
- 제가 작품을 할 때는 예민해지는 편이다. 작품에 사용한 음악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선다. (현장에서) 소리 지를 때도 있고, 흥분할 때도 있다. 부담이 커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렇지 않았다. 찍는 것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아이들(배우들)과 함께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배우들이 행간에 담아낸 지점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느껴지더라.
마이너로 취급받았던 '좀비물'이 어느새 인기 장르가 되었다. 제작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 '지금 우리 학교는'은 7년 전 기획되었다. 당시에는 좀비물에 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고 흥행에 관해서도 냉소적이었다. 다행히 (제작되는 사이) 영화 '부산행'이 큰 흥행을 거뒀고 (작품을 보는) 시선도 바뀌게 됐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문제점들을 깊이 다루고 있다
-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자기 자신과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장르적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면서 이면에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저는 '학교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사회적인 고민, 반성, 문제 제시 등을 담아내려고 했다.
-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성'과 관련한 것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원작에는 훨씬 더 폭력적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성폭력도 극단적으로 그려졌었다. 예컨대 귀남(유인수 분)이 성폭력이나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웹툰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사용했겠지만, 영상은 웹툰과 다른 점이 있고 극단적인 폭력·성폭력 등을 묘사하거나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은지(오혜수 분)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내던지면서도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폭력'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이해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1부 설정이 강한 점이 있었지만, 종국에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바이러스의 기원 아닐까? 보통 좀비물들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설명하지 않는다.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집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보는 게 중요했고 그 주제를 영상물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 기세라면 시즌2도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
- 시즌2를 제작하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우리 작품 속에는 일반인, 좀비, 남라(조이현 분)와 은지(오혜수 분) 같은 돌연변이가 등장하는데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좀비 생존기'로 이야기를 꾸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돌연변이 좀비들이 차별받고 위협받게 되는 모습 등이 다뤄지지 않을까?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작품이 될 거다. 30년을 되돌아가 청년의 마음으로 살아 볼 수 있었다. 매 장면 '이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면서 찍었다. 아침마다 촬영장 가는 게 즐거웠던 것도 이들의 젊음, 순수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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