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식당, 카페 등 11종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일시 중단되자 시민들 사이에 백신 추가 접종을 피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백신 효용성과 부작용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데다 백신 미접종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아 굳이 추가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유흥시설 등(유흥주점, 단란주점,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노래(코인)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내국인) △식당‧카페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관람)장(실내) △파티룸 △마사지업소‧안마소 등 11종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백신 2차 접종 후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접종 여부 또는 시기를 고민하는 시민들이 상당수다. 서울 합정역 인근 회사에 다니는 유모씨(37)는 “2차 접종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방역패스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스터샷을 맞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며 “오미크론 확산 이후 돌파 감염 사례를 보며 백신 효용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임모씨(29)는 “방역패스가 철회된 것을 보니 부스터샷을 맞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3차 접종을 한 사람이 코로나 감염 이후 증상이 더 약한 것 같기는 하지만 오미크론이라 그런지, 백신 부스터를 맞아서 그런지 알 수 없다. 나중에 검증이 더 잘된 백신이 나오면 그때 맞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기 일산에서 출판업에 종사하는 최모씨(29)는 “부스터샷을 맞을지도 고민이지만 맞더라도 방역패스가 없어져 천천히 맞을 것 같다”며 “백신을 맞으면 후유증이 뒤따르니 몸 상태가 괜찮고 일이 덜 바쁠 때 접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스터샷을 맞은 시민들도 부스터샷 접종에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성모씨(34)는 “방역패스가 철회되기 불과 며칠 전 3차 접종을 했는데 ‘괜히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서 두 차례 백신 접종 이후에도 몸살과 근육통 증상을 심하게 앓아 백신 접종을 꺼렸는데 식당, 카페 이용 등에 대한 제한 때문에 억지로 맞았기 때문”이라고 불평했다.
직장인 권모씨(55)는 “이제 확진자가 너무 많아 관리가 안 되니 추가 접종의 의미가 있나 싶다”며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리는 상황이니 정부가 백신 접종을 무조건 권고하기보다 치료약을 주고 중증 환자 관리를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신 무용론 여론이 고조되는 것과 반대로 방역패스 철회에 따른 백신 접종률 하락과 이에 따른 방역 차질에 대해 시민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 군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54)는 “방역패스가 철회되면서 사람들이 더 부스터샷을 안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가 방역 정책을 포기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취업준비생 권모씨(30)도 “방역패스가 그간 백신 접종에 대한 심리적 유인책으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방역패스 철회로 백신 접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면 본질적으로 중증 환자를 증가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거듭되면서 백신 효과는 중환자 예방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이런 백신 기대 효과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백신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조금씩 불식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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