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서민들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계 전체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는 2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거비 비율인 슈바베계수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는 가계 소득에 비해 식료품과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필수 지출 이외에는 다른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기도 한다.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국민 계정으로 살펴본 가계 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엥겔계수는 12.86%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계 소비 증가율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했지만 2020년부터 이 같은 관계가 역전돼 가계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낮아졌다.
2020년과 지난해 소득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0.6%, 6.8% 올랐지만 가계 소비 증가율은 각각 3.3% 감소하고, 6.5% 증가했다. 소득에서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소비성향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식료품 물가 급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생산에 원자재로 사용되는 농림수산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 소비 비중을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입물가 품목 중 농림수산품 수입물가 상승률은 2020년 0.6%에서 2021년 13.5%로 치솟았다. 수입물가 급등은 국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5%)보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물가(5.9%)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엥겔계수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식료품 소비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고소득층에서는 고급 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식료품비 비중이 높아졌고, 저소득층에서는 소비재 지출을 줄여 상대적으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소비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엥겔계수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외식비 물가가 매년 2%대로 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의 식료품비 지출 비중은 더 커진다.
엥겔계수와 함께 빈곤을 나타내는 척도인 슈바베계수도 2021년 17.94%로 2020년(18.56%)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슈바베계수는 가계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주거비 비율로, 저소득층일수록 주거비 비중이 커져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최근 이 같은 수치는 주택매매가격계수 증가율 급등이 주거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매매가격계수 증가율은 2017년 1.3%, 2018년 2.2%, 2019년 1.4%에서 2020년 3.8%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5%로 폭등했다. 주택전세가격계수 증가율도 2020년 증가세로 전환(1.7%)된 이후 지난해 6.5%로 크게 높아졌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장기화가 생필품 외에는 지갑을 닫게 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필수 소비에 집중하게 되면서 소비심리는 위축되게 마련이다.
주원 현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을 정상화하고 전반적인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을 억제하고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며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와 저가 주택 임대 시장 활성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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