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정 삼일PwC 크로스보더 Corporate Finance and M&A 리더가 아주경제 자본시장부를 만나 한 말이다. 지난 7일 '4대 회계법인 릴레이 인터뷰' 코너의 주인공으로 스티븐 정 파트너를 선정, '크로스보더 M&A'를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최근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가 M&A의 큰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DL케미칼의 크래프톤 인수 △사모펀드 운용사(PEF) 센트로이드의 테일러메이드 인수 △이마트 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시그나그룹의 라이나생명 매각 △MBK파트너스의 아코디아골프 매각 △하이퍼커넥트 매각 등 국내기업의 타 국가로의 매각도 활발했다. 크로스보더 딜의 규모도 크다 보니 지난해 발표된 M&A에서 규모 기준 톱10 중 7건이 국경 간 거래였다.
하지만 그는 국내 크로스보더 딜이 활발하지만 성장세는 빠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숫자만 보면 옛날보다 많아진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경제규모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통상 선진국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FDI) 중 M&A 비중이 높고, 개발도상국일수록 M&A보다는 소위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 해외 진출 기업이 투자 대상국에 생산시설을 직접 설립해 투자하는 방식)가 더 많다"면서 "저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 10년간 투자한 해외 M&A 거래 규모는 연평균 60억 달러에 그쳤다"고 말했다. 연평균 60억 달러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연평균 거래 규모의 1% 수준이다. 미국이 제일 크고, 중국과 일본도 각각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글로벌 히트에 성공하고, 영어 사용도 과거보다 보편화됐다. M&A는 산업 변화의 최선두에 있는 만큼 시대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해외에 나가 협상장에 앉았을 때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대화로는 좋다. 실제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아느냐, BTS의 신곡을 아이가 좋아한다"와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다만 M&A에 영향을 미쳤다고 묻는다면 아직 물음표라고 본다.
영어 사용이 상대적으로 보편화되긴 했지만 아직 거기(영어권 수준)까진 가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MZ 세대들은 언어 부담이 적고,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업무적으로 보면 10년, 20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다. 과거엔 실무진들도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편하게 사용한다.
△세계 각지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업무적으로) 답답한 부분은 없는지.
-코로나19 이후 예전보다 출장을 못 다니는 건 맞다. 이제 막 다시 다니고 있다. 위드코로나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가능해졌는데, 특히 싱가포르에 자주 가고 있다. 싱가포르와 한국 간에 여행 안전 권역(VTL, Vaccinated Travel Lane)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격리 없이 출장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꼭 싱가포르와 관련된 딜이 아니더라도 그곳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M&A가 어떤 모습일지 전망을 부탁한다.
-향후 딜에서는 기술과 혁신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거래들이 더욱 높은 프리미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변동성은 있겠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미뤄본다면 낮은 조달 비용으로 자금 조달도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2조 달러에 육박하는 드라이 파우더(미소진자금)를 가진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인수 여력, 스펙(SPAC·기업 인수목적회사)들의 인수 대상 탐색이 긍정적인 분위기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하고 사업전략을 재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신규 역량, 특히 기술 역량을 인수하는 트렌드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크로스보더 M&A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보진 않는다. 숫자만 보면 옛날보다 많아진 건 맞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규모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통상 선진국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FDI) 중 M&A 비중이 높다. 개발도상국일수록 M&A보다는 소위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가 더 많다. 한국의 경우 전체 FDI에서 얼마나 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저희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 10년간 투자한 해외 M&A 거래 규모는 연평균 60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연평균 거래 규모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국가들의 비중을 보면 미국이 제일 크고, 중국과 일본도 각각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과연 (크로스보더 딜 규모가) 많은 걸까 의문이 든다. 애플이 지난 6년간 인수한 회사가 100개라고 하는데, 한국 전체로 따져도 그보다 적을 수 있다. 물론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대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는 일종의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활발해졌다. 그 이유와 전망을 부탁한다.
-한국 시장은 기술력, 제품, 서비스 포트폴리오는 물론 시장 크기에서도 한계가 있다. 결국 인구가 더 많은 곳에 가서 물건을 팔아야 매출이 극대화된다. 코로나 이후 대기업들이 침체된 내수시장에 대한 해법으로 기업결합을 통한 사업 재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추세다. 작년에 성사되었던 아웃바운드 M&A(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자산 인수)만 봐도 대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미래기술 확보와 선진시장 공략을 위한 M&A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상 기업들이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고, 업종도 전통 산업보다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 수소, 재생에너지 등 다양해지는 추세다.
다만, 직접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짓는 것은 M&A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수라는 건 새 회사가 아닌 기존의 직원, 시장, 고객군과 제품군이 있는 회사를 가져오는 것이다. 과거 10년 전, 15년 전에는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이 어려웠다. 요즘에는 기업들도 노하우가 생겨서 과거와 다르다. 물론 대기업 계열사라고 해도 M&A 추진 경험이 없는 곳도 많고, 그런 경우에는 (자문 과정에서) M&A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부터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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