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40%는 분명 도전적인 목표다. 달성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곧 우리 미래 경제의 방향이다."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난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의 목소리에는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안 이사장은 "공단의 업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탄소중립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며 "환경공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주도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역시 탄소중립"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환경공단이 주도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환경공단은 환경시설부터 자원순환·물환경·기후대기 등 환경분야 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이런 환경정책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이슈가 바로 '탄소중립'이다.
한국은 당장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을 찍었던 2018년의 40% 수준까지 낮추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재계와 산업계에선 이 목표에 대해 '과도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안 이사장 본인도 "NDC 40%는 도전적인 목표"라고 털어놓고 이야기한다. 그는 "과거의 방식만 고집하면 40%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데, 특히 산업·에너지 분야의 탈탄소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기술 뒷받침보다는 조세제도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이사장은 "NDC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게는 혜택을 주고, 노력이 부족하거나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는 제도개선과 재정투자를 강화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며 "결국 40% 달성은 정부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에서는 올해부터 연간 2조5000억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수탁운용하는 한편, 사업별 온실가스 감축기여도를 평가하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도입할 때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보조금 사업도 올해 904억원으로 대폭 확대·운영 중이다.
"탄소중립·디지털전환, 마차 두 바퀴에 올라타야"
탄소중립이라는 강한 기류를 타기 위해 그가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디지털 전환'이다. 본연의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을 가장 주목해야 할 과제로 봤다.
안 이사장은 "기술적으로 화석 연료를 탈탄소화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 기준 6.2% 수준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라며 "석탄·원자력 중심으로 산업이 이뤄지다보니 재생에너지가 성장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좁은 국토면적, 상대적으로 높은 발전단가 등을 고려하면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하기에 열악한 조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곧 에너지 전환을 의미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국제 에너지 시장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젠 글로벌 기업들도 자사의 주요 공급망에 대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요구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확대돼야 하는 필수조건이 됐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디지털 활용을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이 선제조건이다.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정책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는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해보면 우리가 1년 내내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짙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하면 국민에게 보다 더 좋은 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의 기반은 결국 데이터에 기반해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환경공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마차의 두 바퀴에 올라타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승용차는 전기차로, 상용차는 수소차로 재편될 것"
생활 전반에서의 탄소감축을 위해 공단은 전기차 충전소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기차 충전기는 전국에 총 10만6000기 구축됐다. 이 중 공단에서 급속충전기 6314기(42%)를 직접 구축했으며, 완속충전기 7만기(77%)는 보조금 지원을 통해 보급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공단은 올해도 휴게소와 주유소 등 교통거점을 중심으로 초급속 충전기 300기, 급속 충전기 800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거지, 직장 등 생활권을 중심으로는 3만기의 공용 완속충전기 설치 보조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안 이사장은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았지만 전기차가 휴대폰처럼 무선 충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충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도 기술 변화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소차 충전소에 대해서도 민간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그는 "승용차는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면, 상용차는 수소차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새로운 저탄소 산업활동을 위해 공단 차원의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원전-신재생에너지, 상호보완될 수 있는 정책 펼쳐야"
차기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명확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결국 방법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우리 기대만큼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원전의 안전성과 고준위 방폐장 확보 등의 문제도 아직 미결로 남아있는 만큼 원자력에너지를 얼마나 보완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재생에너지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어느 한 에너지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율을 어떻게 균형있게 가져가느냐가 모든 정부의 고민이자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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