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난제였던 ‘연금 개혁’에 윤석열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 설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외에 아직 세부적인 개혁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연금 개혁을 늦출수록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엔 정부 역시 이견이 없어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우선 내년에 실시되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장기 재정전망에 기반해 제도 개편안을 마련한 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취임 후 가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다시금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이 해결하지 못했던 국가 최대의 난제 중 하나를 이번 정부가 풀 수 있을지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대통령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 개혁 과제를 강조한 만큼 의지는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시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을 추진하려면 국회에 관련 특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연금개혁 특위 같은 것을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정부와 국회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견을 전제로 말했다. 그러면서 특위 구성 시 논의에 대해서는 “5년간 미뤄진 사안이기 때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힘을 실었다.
◆ ‘공적연금 개혁위원회’ 통해 논의 가속도···기초연금 손질, ‘역전’ 현상 우려도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는 궁극적으로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통합에 시동을 건다.
새 정부는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내년 하반기 보험료율 인상, 지급률·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모수개혁(제도의 틀은 유지하고 핵심 변수만 조정)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거쳐 보험료율 인상안과 지급률·소득대체율 조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충분한 숙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금개혁위 논의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에선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추진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오를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초연금 수급액이 국민연금 수급액을 넘어서면서 소위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역시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소요 재원을 약 8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고령화와 맞물려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2014년 약 435만명에서 2019년 531만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628만명으로 예상된다. 예산을 보면 도입 당시 약 7조원에서 올해 약 20조원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아 2.9배가량 늘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재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국민연금 보험료율, 상향 추진 가능성에 무게
가장 큰 관심사는 윤석열 정부가 24년 동안 보험료율 9%에 묶여 있는 국민연금부터 손을 댈 수 있을지 여부다. 아울러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얼마나 인상되느냐 역시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1988년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에서 시작돼 1998년 각각 9%, 60%로 변경된 후 2017년에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 조정됐지만 재정불안 및 후세대 부담 등 구조적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연금개혁기 사적연금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새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보험료율 상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을 이뤄냈다. 다만 두 차례 개혁 모두 수령액 삭감에 맞춰 추진된 탓에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로 생산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5~2057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강 선임연구원은 수령액 삭감보다는 보험료 상향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봤다. 그는 “보험료율을 상향하되 과거와 같이 2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조정하면 제도 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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