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석유금수 합의 또 실패…독일 경제장관 "EU 단합 무너져"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또 실패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오는 30~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을 갖는 만큼, 그전에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했지만 헝가리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2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EU는 30일 회담이 열리기 전에 석유 금수조치에 대한 논의를 열고 합의를 재시도할 계획이다. 

EU집행위원회는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이날 협상에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한해서만 금수조치를 취하고, 송유관을 통한 수입은 면제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헝가리 등에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는 대체 공급처를 찾을 때까지 러시아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

그간 헝가리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할 경우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슬로바키아와 체코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헝가리는 해당 타협안에 대해서 호의적이나, 헝가리-크로아티아와 연결된 송유관의 용량을 늘리는 등 EU의 자금조달안 등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EU 고위 외교관은 "아직 정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너무 많다"며 30일 오후에 EU 정상들이 브뤼셀에 모이기 전에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불발된 후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유럽의 단합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우리는 유럽이 단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봤다”며 “내일의 정상회담을 바라보며 이대로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미 (단결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또다시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EU 고위 외교관은 "해결하려는 방식이 다 다르다"라며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