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0편의 시를 제1부 다듬이질 소리, 제2부 배불뚝이 항아리. 제3부 조선 다리미, 제4부 엄니의 밀주로 엮었다. 부록에 ‘어느 가계도’를 덧붙였다.
"호롱불 앞에서 못하는 일이 없었스럿다/하마터면 낫 놓고/기역자를 놓칠 번했던 일/호롱불이 있었기에 알아챌 수 있었어라/사랑방에 모여 새끼 꼬고/가마니 치던 일/심지어 골 마리를 까벌리고/이를 잡고 서캐를 으깨던 일조차도/호롱불이 아니면 할 수 없었지/밤새도록 동네방네/잡동사니 왈패들 투전판을 벌이던 일도/호롱불이 없었더라면 어림도 없었지/어디 그뿐인가/석유지름(기름의 방언) 닳는다는/아부지 엄니 성화에도 끝내 주경야독/중뿔난 고집부리더니/말단 공무원시험 합격/훗날 한 고을 군수까지하게 될/인물이 나온 것도 오리지 호롱불이 있었기에/가능한 일이었어라” -김여울 ‘호롱불’ 부분-
김 시인의 이번 작품은 소위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의미)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그야말로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먹던) 시절에....”로 시작해야 맞을 것 같다.
김 시인은 “예전에 우리 곁에 있었던 것들! 어쩌면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평소엔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 우린 그 소중했던 것들이 지금 두 눈 멀똥히 뜨고 있는 사이에도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없어져버린 어처구니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을 살고 있다”며 “예전 한 때 우리와 함께 했던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없는 데도 허허실실하듯 해도 되는 것인지 한번쯤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우리의 옛 생활문화가 사라진 오늘날 이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김 시인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백여 가지의 사라져가고 있거나 없어져 버린 것들을 모아 그 중에서 50편의 소재들을 골라내어 책 속에 담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명의 나라 선진국이 된 우리가 보릿고개 시절을 잊을까봐 ‘똥장군’을 꺼내왔다.
“이른 봄 입춘 이쪽 저쪽 무렵이면 아부지는 똥장군을 지개에 지고 퍼렇게 보리싹이 돋은 보리밭으로 가셨어라 보심스레 똥장군을 내려놓은 다음 똥장군 뚜껑을 열고 똥바가지로 똥을 퍼 찬바람 쌩쌩 옘병하듯 놀아나는 보리밭 이랑을 따라가며 보리밭아, 이똥물 먹고 잘 자라거라잉 소리를 하늘에 고하듯 엄숙하게 중얼거리며 똥장군 속의 똥물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퍼 주고 또 퍼 주고를 했어라 그 바람에 똥물먹고 잘 여문 보리 덕분에 용케도 보릿고개 별 탈 없이 잘도 넘을 수 있었지라” -‘똥장군’ 부분-
김여울 시인은 전북대 개교 16주년 전국 고교생문예작품현상모집(1968)에서 소설 〈문둥이〉로 입선하면서 문학적인 재능을 선보였다.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신춘문예 소설 〈오지에서 줍다〉,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하나님의 발자국소리〉, 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 수필 〈유년의 풍속도〉 이 외에도 수많은 당선작을 내면서 장르를 불문하는 문학적 천재성을 가진 작가이다.
전북아동문학상, 장수군민의장문화장, 현대아동문학상, 전북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공무원문예대전 동시 우수상, 제1회 건필문학상, 한국전자저술상 등 많은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 전북소설가협회, 한국문학방송작가회, 장수문인협회 등 문단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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