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예린, 파라마운트+ '헤일로'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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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7-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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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의 주연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플러스]


지난달 미국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파라마운트 플러스(파라마운트+)가 국내 입성했다. 티빙 브랜드관을 통해 처음 아시아 시장에 발을 디딘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첫 오리지널 시리즈로 '헤일로'를 내놓았다.

'헤일로'는 26세기를 배경으로 인류와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전사 마스터 치프와 외계 종족 코버넌트의 갈등을 그린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공개돼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70%, 팝콘 지수 53%를 기록 중이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야심작 '헤일로'의 중심에는 한국 배우 하예린이 있다. 마드리갈 행성에 사는 반란군의 리더 '진 하'의 딸 '관 하' 역을 맡아 전 세계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관'은 코버넌트의 습격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었지만 '마스터 치프'(파블로 쉬레이버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의 비밀과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된다.

아주경제는 대형 블록버스터 '헤일로'로 파격 데뷔한 배우 하예린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헤일로' 그리고 하예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 관객들이 드디어 '헤일로'를 볼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해요. 극 중 한국 배우들도 출연하고 한국어 대사들도 자주 나오니 (관객들이) 더욱 기뻐하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헤일로'는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스페이스 오페라'(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전쟁을 소재로 한 장르)의 한 획을 그었던 동명 게임이 실사화된다는 소식에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으로 구현된 '헤일로'의 세계관은 게임 못지않은 규모감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예린 역시 일찍이 원작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친오빠가 '헤일로'의 열렬한 팬"이라며 원작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왔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헤일로'를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빠가 워낙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헤일로'가 얼마나 사랑받는 작품인지는 일찍이 알고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렇게 큰 유니버스에 내가 합류하게 되었다고?' 믿기지 않았어요.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을 들여다보며 '관' 역을 잘 해내고 싶었고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작품에서 동양인 역할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웠어요."

'헤일로'의 주연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플러스]


하지만 데뷔작인 동시에 주인공을 맡았다는 건 신예 배우에겐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는 "부담스러웠다"라고 고백하면서도 "그래서 더욱 열심히 잘해보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잘 해내고 싶었어요. 데뷔작이지만 주연작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는지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첫 촬영에서 실수가 잦았어요. '현장에 빨리 적응해야 해' 그 생각뿐이었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는데 감독님, 제작진분들이 워낙 잘 챙겨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어요."

'헤일로'의 '관'은 막연한 '동양인'이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관' 역할을 두고 동양인 배우를 기용하고 싶어 했지만, 국적 등 명확한 디테일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예린이 '관' 역으로 캐스팅되며 캐릭터는 철저히 하예린에게 맞춰졌고 한국인으로 설정되었다.

"제가 캐스팅된 뒤 '관'의 설정들이 조금 바뀌었어요.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한국어 대사였죠. '관'이 한국어를 쓸 수 있도록 대사들이 수정되었어요. 제작진이 한국어를 잘 모르니 시나리오상에는 '관이 아빠와 한국어로 대화한다'고만 쓰여있었어요. 촬영 몇 주 전 통역사를 붙여주었지만 그보다는 '진 하' 역을 맡은 공정환 선배님과 함께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사를 만들어냈죠."

'헤일로'의 주연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플러스]


하예린은 촬영 전 액션 캠프에 합류해 체력을 키웠다. '헤일로' 속 화려한 액션들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감독님께서 '뛰는 장면이 많다'면서 '운동 많이 해놓으라'고 하시더라고요. 6주간 부트캠프를 하면서 근육량과 체력을 키웠어요. 촬영 없는 날에는 스턴트 리허설에 참석해 연습도 하고 (액션) 합도 맞춰보았어요."

"뛰는 장면이 많다"는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예린은 첫 등장부터 뛰고, 또 뛰었다. '진 하'와 함께 처음 등장한 그는 외계인을 피해 달아나며 격렬한 액션을 펼친다.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등장 신이기도 하다.

"1회는 내내 뛰어다니죠. 하하하. 하지만 '그냥' 뛰는 게 아니었어요. 각각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죠. 특히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1회의 하이라이트 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는데 (해당 장면은) 거의 한 달 동안 찍었어요. 도중에 부상까지 당해 더욱 힘들었죠."

작품은 물론 개인에게도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하예린에게 '헤일로'의 만족도를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헤일로' 시즌1 촬영을 마치고 많이 울었어요. 캐스팅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2년 반 정도 걸렸는데요. 잘 버티고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강을 잃지 않고 촬영을 잘 마무리했다는 게 만족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졌어요. 최선을 다하기도 했고요. 무사히 완주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하하. 물론 연기적으로는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요." 

파라마운트 플러스 '헤일로'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 플러스]


'헤일로'는 하예린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마치고 스스로 돌아보았을 때, 배우로서 어떤 점이 '성장'했다고 느끼는지도 물었다. 

"촬영장에서 감독님, 제작진, 상대 배우와 어떻게 호흡하면 되는지 배운 것 같아요. 신인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무조건해야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큰 작품을 하고 나니 제 의견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의견을 내고 서로 조율해가면서 작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많은 걸 알고 또 배운 작품인 거 같아요."

하예린은 1998년생으로 호주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호주인이다. 원로 배우 손숙의 손녀로 한국어도 능숙하게 할 줄 아는 그는 연기를 배우기 위해 15세의 나이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원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연기의 기초를 익힌 뒤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호주에 살면서 TV도 많이 보았는데 당시에는 동양인 배우가 전혀 없었어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호주에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죠. 어머니께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계원예고에 진학했고 한국에서 연기를 배웠죠."

'배우의 피'는 숨길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갈망했던 그는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할머니이자 선배 배우인 손숙은 하예린을 향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제가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엄청난 응원을 해주셨어요. 또 조언은 현실적이었고요. 배우는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이고 당장 돈을 벌기도 어려울 거라고. 항상 평가받는 직업이니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죠. 현실적인 조언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헤일로'의 주연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플러스]


그는 배우 손숙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할머니의 연극을 자주 보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용감한 배우"라며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거들었다.

"할머니의 연극을 주로 보았어요.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작품은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입니다. 할머니께서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하신 것이 무척 강렬하게 느껴졌어요. 할머니께서는 항상 대본을 들여다보시는데 인물의 특징을 정말 잘 이해하세요. 저도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또 촬영장에서 전혀 부끄러움이 없어요. 용감하시죠. 저도 그런 점들을 보고 배우고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할리우드 시리즈물을 통해 데뷔한 그는 한국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나설 것"이라며 즐거운 듯 웃었다.

"아직 그런 기회는 얻지 못했어요. 아직 영어가 익숙하다 보니 한국 시나리오보다는 영어 시나리오를 더 많이 읽게 돼요. 만약 한국에서 연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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