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한민 감독이 말하는 '명량'과 '한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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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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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운명 같았다. '극락도 살인사건' '핸드폰' 등 장르 영화를 연출해왔던 김한민 감독은 운명처럼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김 감독은 "보여주기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자긍심을 느낄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명량'과 '한산' '노량'이 탄생했다.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언제나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해 '국내 박스오피스(흥행 수익) 1위'라는 대기록을 썼고 '한산: 용의 출현'은 개봉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500만 돌파를 노리고 있다. 

아주경제는 이순신 장군 3부작 중 2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과 만났다. 그에게 이순신 장군이 주는 의미와 흥행에 관한 생각 등을 묻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만들게 된 건 참 운명적이었어요. 이순신 장군은 역사 속에서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도 절묘한 포지션을 가진 것 같아요. 나라에 올곧이 충직한 장수이자 백성과 임금의 중간에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신을 가진 절묘한 위치에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순신 장군이 우리 시대에 조금 더 많이 활약하고 다시 평가받기를 바라요." 

앞서 언급했듯 김한민 감독의 '명량'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대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았다. 

"'명량'은 기대하지 않았던 스코어였어요. (1700만 관객 돌파는) 지금도 미스터리예요. 3부작을 준비하면서 이순신 이야기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됐어요. '명량' 이후 개봉일 기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이야기를 담는다.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 해전'을 그려냈다.

"'명량'과 '한산'은 해전 자체에 차이가 있습니다. '명량'이 뜨거운 역전승이었다면, '한산'은 국면에서 차갑게 이 상황을 계산하고 계기를 마련하려고 하는 이순신의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에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전쟁 성격이 달랐어요. '명량'의 이순신이 불처럼 뜨겁고 격정적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물처럼 포용하고 다른 장수들까지 잘 받아들이는 지도력이 돋보였습니다. 그래서 각각 다른 배우를 이순신 장군 역에 캐스팅할 수 있었고요."

김한민 감독은 불같이 뜨거웠던 '명량'의 이순신에는 배우 최민식을, '한산'의 물처럼 깊은 포용력을 가진 이순신에는 박해일을 각각 캐스팅했다.

"각각 다른 배우가 이순신 장군 역을 맡더라도 3부작을 통해 다른 면모들이 통합돼 '아, 이순신 장군은 저런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구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순신은 과묵하고 말수가 적고 상황을 판단하고 보는 안목을 갖고 있지만 유동성, 대처하는 능력 또한 대단하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한산'의 이순신은 즉답하지 않더라도 절묘한 해답을 내놓는 인물이에요. 지략가이고 섬세한 이순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박해일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일각에서는 압승을 거둔 한산도 대첩을 영화화하는데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압도적인 승리였던 만큼 극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그런 시선들 때문에 '한산'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이 익숙히 아는 전투고 적당히 '유인전'이나 '학익진'으로 대승을 거뒀다고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어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펼쳐진 어려운 전투였고 유인전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학익진은 실전으로는 처음 시도했던 것이었고요. 그 안에서 문제가 있었던 거북선을 새롭게 보완해서 한산에서 다시 활약하게 해야 했으니 힘든 상황이었죠.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한산 해전을 이순신 장군이나, 학익진, 거북선이 있었기에 쉽게 이겼으리라 오해하곤 해요.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렇지 않았고, 이순신 장군과 주변 장수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새롭게 알길 바랐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것 같고요." 

영화 연출적으로도 깊은 고민이 있었다. 김한민 감독은 왜군 '와키자카' 캐릭터 빌드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인물을 잘 다져놓아야 이순신 장군과 대면에서도 긴장감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와키자카의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했을까 개연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는 압승을 거두는 상황 속에서도 자만하지 않았고 왜군들 사이에서 경쟁해야 하는 위치였으며 야망도 대단했죠. 역사적 기록으로 '한산'은 탐색전과 디테일한 전술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이 해전이 긴장감 있게 느껴지려면 와키자카 캐릭터를 잘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관객들도 기꺼이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거고요."
51분간 스크린에 펼쳐지는 해전을 장대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김한민 감독은 고민을 거듭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해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한산 해전은 따지고 보면 전 세계사적으로 그 시기에 벌어진 전무후무한 해전이잖아요? 당시 그런 체계적인 진법과 정교한 유인술, 그리고 그런 화포 사격과 새로운 첨단 무기인 거북선을 통해 완벽하게 적을 섬멸할 수 있었던 해전사적인 해전이 없어요. 그렇다면 굉장한 자긍심으로 해전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정교한 전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해전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순신의 중요한 덕목은 유비무환"이라며 성실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정직하게 소통하며 전쟁을 수행하려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성실하고 정직한 장군. 그게 바로 이순신이지 않은가 생각했어요. 해전을 치열하게 또 에지(edge) 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자긍심도 있고 이순신 정신을 보여주는 직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열심히 만들지 않을 수 없었죠." 

김한민 감독은 치열한 해전 현장을 그리기 위해 해전 신에서 한국어 대사를 자막에 넣었다. 김한민 감독은 스스로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고뇌에 찬 용기 있는 결단이었죠. 하하하. 전쟁의 밀도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전쟁이 가진 사운드 적인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런데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운드를 눌러야 하거든요. 대사가 안 들린다는 원망을 들을 것인가, 사운드를 살릴 것인가…. 고민이 컸어요. 전쟁의 생생한 밀도감을 전달하면서 대사는 인지할 수 있게끔 하는 시도는 결국 자막밖에는 없더군요. 낯선 시도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질에 충실히 하려고 했어요."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명량'부터 '한산' '노량'까지 이순신 3부작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최근 '노량'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준비 중인 김 감독에게 흥행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없는지 그런데도 '이순신 장군'과 함께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큰 부담을 느낄 때마다 끼고 있는 게 '난중일기'에요. 희한하게 난중일기를 보고 있으면 위안받아요.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였을까?' 자책할 겨를도 없어지죠.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듯이 수시로 (난중일기를) 봐요. 불면증에도 좋은 것 같고요. 하하하. 난중일기를 보며 제가 위안을 얻었듯 저의 이순신 3부작 역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위로나 용기,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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