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속도] 이재용, '복권' 이후 경영 시험대…재계 "경제위기 극복 기대"

기업인 특별사면 취지 실현, 대내외 악재 극복 등은 부담…대형 M&A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그간 ‘취업 제한’으로 인해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다. 기업인 사면의 취지가 경제 활력 회복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이 부회장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경제단체들은 우선 기업인의 특별사면을 적극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 부회장 또한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라며 향후 적극적인 행보를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연내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등 ‘뉴삼성’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 8·15 특별사면…경제단체 “적극 환영”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특별사면으로 5년간 취업 제한 규제를 벗어나게 됐다. 이는 정부가 지난 12일 이 부회장을 포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 4명에 대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 덕이다.
 
경제단체들은 즉각 환영의 의사를 내비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주요 기업인의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에 사면된 분들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이번 사면이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기업 투자 활성화라는 기업인 사면 본래의 취지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과제인 국민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도 "경제계는 사업보국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측도 “이번 특별사면은 기업인의 역량을 결집해 침체 기로에 놓인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했던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며 "기업인들은 하반기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복권 결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다시 빨라지는 삼성의 ‘투자 시계’…대형 M&A 나오나

업계에서는 삼성이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특별사면의 취지에 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에 있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별다른 대형 M&A가 없이 멈춘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는 M&A 후보군으로 다양한 분야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전장 관련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ARM 등이 유력한 M&A 후보로 꼽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8조9450억원에 달해 인수 자금도 충분한 상태다.
 
앞서 지난 5월 발표했던 450조원 규모 투자 계획도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80%인 약 360조원을 R&D, 시설 투자 등 방식으로 국내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해당 기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
 
향후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데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자리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침체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이슈, 코로나19,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산재해 있다. 실제 지난 6월에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 직후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글로벌 전략회의 등을 잇달아 개최하며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최근 들어 각 정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도체 사업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칩4 동맹, ‘반도체 칩과 과학법’ 등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아주경제 기자]

 

“정부 배려에 보답할 것”…회장 승진 등 뉴삼성 구축 속도

이 부회장은 특별사면을 통한 복권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며 “아울러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내 회장직에 오르며 뉴삼성 구축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회장직에 오르지 않고 있다. 4대 그룹 중 회장직이 아닌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한편 이번 복권을 제외하고도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남아있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판에 매주 참석하고 있다. 이에 장기 해외 출장은 사실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