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전북 시·군의회의 집행부 업무에 대한 ‘숟가락 얹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의정활동을 적극 알린다며 기능과 인원을 확충했지만, 민선8기 들어서도 홍보와 관련한 시·군의회의 ‘무임승차’는 여전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시·군 소식지에 끼워넣는 의회 홍보
현재 전북도의회를 비롯해 전북 시·군 의회 가운데,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의회 소식지를 자체 발행하는 의회는 2곳에 불과하다.전북도의회와 남원시의회다.
전주시와 익산시, 순창군은 연 1회 정도 의정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소식지보다는 백서(白書)의 성격이 강하다.
전북도의회와 남원시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의회는 정기적인 의회홍보를 집행부의 홍보수단인 소식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산시의회의 경우, 익산시 소식지인 ‘꿈과 희망의 익산’에 2페이지의 지면을 빌려 의정활동을 알리고 있다.
정읍시의회는 ‘정읍소식21’에 2페이지, 김제시의회는 ‘새만금 지평선 소식’에 2페이지, 완주군의회는 ‘으뜸 완주’에 8페이지의 지면을 할애해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군산시의회, 임실군의회, 장수군의회, 진안군의회 등도 집행부 소식지에 활동사항을 끼워놓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시 단위 의회의 경우 의회사무국 내에 홍보팀이 별도로 운영되는 등 의회소식지를 발행할 충분한 인력과 기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현재 의회사무국에 홍보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의회는 전주시의회, 군산시의회, 익산시의회, 정읍시의회, 김제시의회, 그리고 최근에 팀을 신설한 완주군의회 등이다.
더욱이 올 3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시행으로 의회인사권이 독립된 점을 감안하면, 의회소식지를 발행할 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결국 인사권 독립으로 지방의회의 권한 및 기능 강화에 방점을 찍었으면서도, 정작 효율적인 의정활동 알리기는 남의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형국인 셈이다.
이에 대해 완주군의회 홍보팀 관계자는 “의회 차원에서 별도의 소식지를 발행하는 것을 검토한 적은 있다”면서도 “인력이나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인 만큼, 발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산시의회 관계자도 “계획은 갖고 있다”면서도 “실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행부 메일로 보도자료 발송
의회사무국 내에 홍보 파트가 버젓이 있는데도, 집행부 홍보팀을 통해 의회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것도 전북 시·군의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현재 전북 시·군 의회 중, 집행부를 통해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의회는 완주군의회, 장수군의회, 진안군의회, 임실군의회, 부안군의회 등이다.
이들 의회사무국은 효율성 때문에 그렇다고 항변하고 있다.
장수군의회 관계자는 “의회사무국 직원들도 업무 때문에 바쁜 상황에서, 군청 홍보팀에서 일괄적으로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회의 기능이 집행부를 견제·감시라는 점, 최근에는 인사권도 독립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회가 집행부 대표메일을 통해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한 남원시의회
이에 반해 남원시의회는 자체적인 홍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효과적으로 의회 소식을 알려 주목을 받고 있다.또한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 이후 출범한 제9대 남원시의회의 소식을 자세하게 실은 56페이지 분량의 제45호 소식을 발간하는 등 시의적으로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의회 보도자료를 별도로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이같은 효율적 홍보에 투입되는 인력은 홍보팀장을 포함해 4명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인원이 근무함에도 자체적인 의정소식지는 발간하지 않고 있는 정읍시의회 등 타 시·군의회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권한·기능 강화에 걸맞는 의정운영 뒤따라야
전북 지자체 홍보팀 관계자들은 의회가 기능과 인력이 확충되고, 인사권도 독립되는 등 권한이 강화된 만큼, 홍보도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언제까지 집행부에 강압적으로 홍보를 해달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모 지자체 홍보팀장은 “소식지를 만들 때마다 의회 소식을 넣어야 할지, 넣으면 얼만큼 지면을 할애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거기에 내용에 대한 사전협의까지 고려하면 업무의 스트레스가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결국 강화된 권한에 뒤따르는 의회의 의무로 책임성 있게 추진하는 지방의회가 많아질 때, ‘풀뿌리 민주주의’도 안정적이고 실질적으로 자리잡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