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동안 각자도생의 행보를 걸으면서 동문간 단결력에 누수가 생겼던 것이 선거 후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에 진행될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는 명문고로 도약하려는 전라고에게 또한번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북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당시 서거석 후보(현 전북교육감)의 ‘동료교수 폭행 의혹’ 사건의 핵심, 이른바 ‘스모킹 건’으로 평가받던 인물은 전북대 농생명대 이귀재 교수다.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귀재 교수는 이달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 교육감이)폭행, 물리적 외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표면상으로는 이 교수가 서 교육감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공교롭게도 서 교육감을 고발한 천 후보와 이 교수는 전라고 2년 선후배 사이다. 이 교수가 전라고 12회, 천 후보가 14회다.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사건’으로 불려지는 논란에서도 전라고 동문이 관련돼 있다.
지난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 브로커가 당선시 사업권과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이중선 민주당 예비후보, 그리고 이 예비후보에게 브로커들을 소개한 혐의를 받는 지역 일간지 기자 모두 전라고 출신이다. 이들은 전라고 23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2명의 브로커에게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고, 해당 기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송치됐다.
더욱이 선거브로커와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우범기 전주시장이 이달 초 경찰조사를 받는 등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사건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진안군과 완주군에서도 전라고 동문간 각자도생에 따른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진안군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동문간 대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라고 10회인 전춘성 현 진안군수와 1회인 이한기 전 도의원이 경쟁했는데, 전 군수가 61.70%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완주군에서도 8회인 이돈승 완주교육거버넌스 위원장과 25회인 두세훈 전 도의원이 군수 도전에 나섰다.
동문들 사이에서의 단일화 요구에도 두 사람은 경선을 끝까지 완주했고, 재경선까지 간 민주당 완주군수 경선은 유희태 현 완주군수의 승리로 끝났다.
관심은 이같은 전라고 동문들의 각자도생이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도 재연될 지로 옮겨지고 있다.
오는 10월 26일 치러지는 총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로 현재까지 8명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3명이 전라고 출신이다.
이민호 전북대 치의학과 교수를 비롯해 이귀재 생명공학부 교수(12회), 송양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4회)다.
벌써부터 전라고 출신의 국립대 총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동문 사이에서 단일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바람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부터 전북대 총장 선거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전라고 출신의 행보에 일부 동문들은 착잡하다는 반응이다.
한 동문은 “각자의 소신에 따라 선거에 나서거나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지만, 자칫 동문들의 단결력이 와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몇 해 전 서로의 입신양명을 위해 선후배간 얼굴을 붉히다 명문고로 도약하는데 동력을 잃어버린 모 고교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라고등학교는 지난 1968년 개교해 50여년 동안 2만여명의 동문을 배출해오고 있다.
주요 정치인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구갑, 10회),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 14회), 최강욱 의원(비례, 16회), 박민수 전 의원(13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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