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순간에는 멈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 피아노계 거장 예핌 브론프만은 2015년 런던 심포니와 협연 당시 손가락을 베는 부상에도 건반에 핏자국을 남기면서까지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브론프만은 최근 기자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당시를 회고하며 “음악이 저를 이끌었고, 관객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하고 있었다”며 “그 연결을 결코 놓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브론프만은 오는 9월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통해 한국 관객과 연결된다.
일곱 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지난 50년간 연주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악보에 대한 정직함, 작곡가에 대한 존중, 음악 속 더 깊은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길 위에서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지만, 피아노는 다시 일어날 힘을 줬다. “부상, 어려운 레퍼토리, 자기 의심의 순간 등 많은 도전을 겪었죠. 그러나 음악 그 자체가 언제나 저를 일으켜 세웠어요. 피아노와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로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어요. 제 삶에서 피아노 없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죠."
브론프만은 내한무대를 통해 관객과 깊이 연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것은 멋지고 다층적인 대화이지만, 독주 리사이틀은 훨씬 더 개인적인 대화죠. 섬세한 뉘앙스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어요. 집중력 있고 열정적인 한국 청중과 직접적인 감정 연결을 나누길 기대해요.”

이번 리사이틀은 브론프만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부에서는 슈만의 ‘아라베스크 C장조, Op.18’과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f단조, Op.5’를 통해 깊이 있는 서정과 내면의 열정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드뷔시의 ‘영상 제2권, L.111’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 B♭장조, Op.83’으로 색채와 역동이 살아 있는 근대 피아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브론프만은 드뷔시와 프로코피예프의 대비를 통해 통합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드뷔시의 음악은 섬세하게 변화하는 빛의 세계와 같고, 프로코피예프의 7번 소나타는 전쟁 시기의 폭발적인 강렬함을 지니고 있죠. 두 작품 모두 리듬, 구조, 색채에 있어 탁월한 감각을 공유해요. 드뷔시에 이어 프로코피예프가 연주될 때는 마치 음향적 충격파처럼 느껴지죠. 바로 그 대비가 프로그램의 통합적 요소예요.”
거장의 목표는 한결같다.
“제 목표는 늘 같아요. 계속 배우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며, 음악에 대한 진실을 가능한 한 진솔하게 청중과 나누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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