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민간재원 배상' 제안...분수령 맞은 한‧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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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정연우 기자
입력 2022-09-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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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뉴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년 9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이 '일제 강제징용 동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재원 배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수용 여부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4시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55분간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회담을 마친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국내 전문가들과의 민·관협의회를 통해 검토한 '한·일 민간기업을 통한 재원 조성 방안' 등을 하야시 외무상에게 설명하고 자신이 직접 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에서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측의 일관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의 '일관된 입장'은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완전히 해결됐고 2018년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우리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날 회동은 21일 개최 가능성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사전 조율의 성격이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개최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에는 "한·일 정상회담에 합의했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끼는 기류다.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회담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시다 총리는 20일 뉴욕에서 영국, 튀르키예, 필리핀, 파키스탄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지만,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온도차는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석열 정부와 다소 소극적인 기시다 내각의 입장차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강조하면서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 등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기시다 내각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국장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 기준선 '지지율 30%'가 붕괴됐다.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보수층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상회담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가 먼저 발표한 것에 대한 불쾌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일 정상회담은 공식 회담 형태가 아닌 유엔 본부에서 양 정상이 서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으로 끝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앞서 양 정상은 지난 6월 말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도 만찬 자리에서 짧게 인사를 나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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