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에 '술 따라라'…내달 새마을금고·신협 기획감독

고용부 동남원새마을금고·구즉신협 특별감독

직장 괴롭힘·임금체불 추가 적발…9건 사법처리

새마을금고 한 지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과 성차별로 물의를 일으킨 전북 동남원새마을금고가 여직원에게 술 따르기를 강요하고,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구즉신협에서도 성희롱을 비롯한 위법 사례 여러 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다음 달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상대로 기획감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동남원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감독 결과 동남원새마을금고는 여직원에게 밥 짓기와 화장실 수건 세탁, 회식 참여를 강요했다. 출자금 납부도 강제로 지시했다. 

직장 상사에 대한 예절인 이른바 '6대 지침'도 따르도록 했다. 6대 지침에는 상사가 부르면 즉시 일어서자·상사는 섬겨야 한다·상사 단점을 너그러이 받아들이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폭언이나 인사 규정에 맞지 않는 부당한 인사발령(전보), 퇴사 종용 등도 이뤄졌다.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술을 따라 드려야 한다'와 같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직장 내 성희롱도 사실로 드러났다. 피복비 규정을 남성 30만원·여성 10만원으로 정하는 등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상 성차별 사실도 적발했다.

76000만원에 달하는 전·현직 근로자 연장근로수당과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최저임금 규정도 위반했다.

특별감독과 병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직원 중 54%가 직장 내 괴롭힘 등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특히 여직원은 100%가 한 달에 1회 이상 이런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이번 감독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전주지청 특별근로감독팀 소속 8명을 투입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이뤄졌다.

고용부는 이번에 확인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 4건은 사법처리하고, 6건과 관련해선 167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대전 구즉신협 역시 특별감독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례가 확인됐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특별근로감독팀 10명이 지난 4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특별감독을 벌인 결과 여직원에게 회식 자리에서 술 따르기 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술자리에선 폭언과 모욕적인 발언이 오갔고, 업무시간 외 현수막 설치나 전단지 배포 같은 부당한 업무지시도 있었다. 출퇴근 때 차량 픽업을 요구하거나 자녀 등·하원, 약국, 세탁소, 담배 같은 개인적인 일도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 같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도 확인했다. 구즉신협이 지급하지 않은 전·현직 근로자 휴일수당과 연차미사용수당 등은 약 1억3770만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5건은 사법처리하고, 위반사항 6건과 관련한 3790만원 과태료도 부과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례가 일부 지점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해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한 기획감독을 10월부터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관계 부처와 근로감독 결과를 공유하고, 개선을 위해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특별감독은 사회초년생인 청년(MZ)세대가 불합리하고 잘못된 조직문화로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사례"라고 지적하며 "경영진과 중앙회 차원의 전사적이고 강력한 개선 의지와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면서 새마을금고와 신협 측에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