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아프리카행 하루 전날 좌초…"中 경제적 압박" 작용

  • 라이 총통 22~27일 에스와티니 국빈 방문 무산

  • 아프리카 3개국 전세기 상공 통과 허가 철회 이유

  • 대만 총통부 "中 경제적 압력 행사 때문" 맹비판

  • 中,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16년째 최대 교역국

  • 中 국빈방문 모잠비크 대통령 '통일' 지지 표명도

라이칭더 대만 총통사진EPA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사진=EPA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아프리카 내 유일한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방문하려던 계획이 출발 하루 전날 무산됐다. 대만은 그 배경에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작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2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판멍안 대만 총통부 비서장은 전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세이셸,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가 사전 통보 없이 전세기의 상공 통과 허가를 취소했다"며 라이 총통의 에스와티니 방문 무산 경위를 설명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에스와티니를 국빈 방문할 계획이었다.

판 비서장은 "실질적인 이유는 중국 당국이 (이들 세 국가에) 경제적 강압을 포함해 강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며 "강압적 수단으로 제3국의 주권적 결정을 바꾸려는 시도는 항공 안전을 훼손하고 국제 규범과 관행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타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지역 질서를 교란하고 대만 국민의 감정에도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만 보안 당국자도 AFP통신에 "중국이 해당 국가들에 부채 탕감 철회, 자금 지원 중단, 경제 제재 등을 거론하며 압박했다"고 전했다.

우즈중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 격)은 "해당 국가들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현실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이 다양한 수단으로 타국 내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분명히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의 해외 방문이 상공 통과 허가가 취소돼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 총통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안보팀의 권고를 수용해 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방문 일정은 연기됐지만 에스와티니에 대한 존중과 우정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대신 에스와티니 국왕 즉위 40주년 행사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2024년 초 취임한 친미·반중 성향의 민진당 출신 라이 총통은 그해 12월 남태평양 수교국 3개국을 순방하는 길에 미국 하와이를 경유한 게 사실상 유일한 해외 방문이다. 지난해 7월에도 미국을 경유해 중남미를 순방하려 했으나 당시 중국과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었던 미국이 경유를 불허해 순방이 무산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12년 이후 가장 긴 대만 총통의 해외 순방 공백"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추측된다. 중국은 16년 연속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으로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호주 그리피스대와 중국 푸단대가 올초 발표한 '2025년 중국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건설 프로젝트 계약 규모는 6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83% 증가했다. 아프리카는 중동을 제치고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올랐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라이 총통의 해외 방문이 무산된 당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국빈 방문한 다니엘 사푸 모잠비크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신시대 중·모잠비크 운명공동체'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중국의 통일 실현 지지 등을 포함한 28개 조항의 운명공동체 공동성명에도 서명했다. 사푸 대통령은 "중국은 모잠비크의 진정한 친구"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지지하고 국가 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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