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예기치 못한 폭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에도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 움직임이 드리워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10년간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만 9조원에 달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물가 급등 등 최근 경기침체와 맞물려 내년 보험료 인하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지난 1~9월까지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7.9~78.8%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삼성화재 78.7%, 현대해상 78.8%, DB손보 77.9%, KB손보 78.2% 수준으로, 대부분 전년동기대비 1%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손보사들은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 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흑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역대급 폭우와 힌남노로 이들의 9월 손해율이 81.8~86%까지 일시적으로 치솟았으나, 재보험료 영향으로 누적 피해액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보험권에선 당국의 내년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 상승기 속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인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통해 국민 부담 경감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지난해에도 손보사 상위 4곳이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원의 흑자를 내자, 당국은 올초 보험료 인하를 요청했다. 이후 지난 4월 계약부터 삼성화재 1.2%, 현대해상 1.2%, DB손보 1.3%, KB손보 1.4%의 인하요율이 적용됐다.
당국은 도로교통법 개정 등 관련 법규 강화로 사고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손보사들의 호재 요인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은 법규 강화로 자동차 사고율이 2019년 17.8%에서 올해 상반기 14.3%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율 등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해 국민들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감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나오며,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고물가로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을 때 손보사들도 국민 고통 완화에 동참해야 한다”며 “자동차 보험료의 대폭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손보사들은 그간 쌓인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266억원 흑자)을 제하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 그 액수만 8조952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아직 취합되지 않은 10월 가을철 행락객 수요와 겨울철 빙판길 사고 리스크가 여전한데다 자동차부품비·병원 진료비 증가 등이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 실적악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당국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나,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가입 상품이다보니 매년 당국과 보험료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하 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까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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