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황인호 감독은 언제나 '장르 비틀기'에 진심이었다. 스릴러, 액션, 멜로,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들을 비틀고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하나로 꿰매고 단장했다. 황 감독은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점들을 찾아냈고 그것이 하나의 장르가 되기도 했다.
영화 '몬스터'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데시벨'도 마찬가지다. '소음에 반응하는 특수 폭탄'을 소재로 재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비틀고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달린다. 극 중 인물과 극한의 상황을 겪은 관객들은 황 감독의 '장르 비틀기'에 혼이 빠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극 중 인물들의 선택과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공유하게 된다. 영화 '데시벨'이 기존 테러·재난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강연을 준비 중이던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 분)에게 난데없이 폭탄 테러 예고가 날아든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테러 예고를 넘긴 순간 옛 해군 동료의 집에서 폭발 사고가 벌어진다. 부함장이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폭탄 설계자(이종석 분)는 "다음은 축구 경기장"이라며 테러 장소를 지목한다.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의 위협은 계속되고 부함장은 도심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대형 워터파크,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등의 공간들이 연달아 테러의 장소로 지목되고, 폭탄 설계자의 목소리에 따라 도심 곳곳을 뛰고 또 뛴다.
'소음에 반응하는 특수 폭탄'이라는 소재와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으면 폭발 시간 절반이 줄어든다는 설정은 그동안 시한폭탄을 다루었던 영화들과 차별점을 가진다. 기존 재난 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이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며 관객들을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트린다. 황 감독은 극 중 인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밀어 넣고 과감하게 연출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극 중 부함장이 겪는 혼란은 관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이런 일을 꾸미고 있는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연이어 폭탄 테러가 벌어진다. 관객들은 부함장의 시선을 따라 정신없이 테러 사건을 좇게 되고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비극적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폭탄 설계자의 비밀과 극 중 인물들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게 되면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디테일들이 발견된다. '데시벨'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인 셈이다.
아쉬운 점은 굵직한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이어 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선한 소재와 강렬한 이야기들을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는 힘에 부친다는 인상도 남는다. 강렬하게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왔지만 마무리에서 맥이 탁 풀린다. 주인공인 부함장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등 배우 김래원의 열연과 별개로 아쉬움을 남기는 캐릭터다. 강렬하게 등장하고 치열하게 분투하지만, 이미지가 파편처럼 흩어진다. 때로는 조연 캐릭터에 의해 지워지기도 한다. 16일 개봉이고 상영 시간은 110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황인호 감독은 언제나 '장르 비틀기'에 진심이었다. 스릴러, 액션, 멜로,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들을 비틀고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하나로 꿰매고 단장했다. 황 감독은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점들을 찾아냈고 그것이 하나의 장르가 되기도 했다.
영화 '몬스터'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데시벨'도 마찬가지다. '소음에 반응하는 특수 폭탄'을 소재로 재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비틀고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달린다. 극 중 인물과 극한의 상황을 겪은 관객들은 황 감독의 '장르 비틀기'에 혼이 빠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극 중 인물들의 선택과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공유하게 된다. 영화 '데시벨'이 기존 테러·재난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강연을 준비 중이던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 분)에게 난데없이 폭탄 테러 예고가 날아든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테러 예고를 넘긴 순간 옛 해군 동료의 집에서 폭발 사고가 벌어진다. 부함장이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폭탄 설계자(이종석 분)는 "다음은 축구 경기장"이라며 테러 장소를 지목한다.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의 위협은 계속되고 부함장은 도심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대형 워터파크,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등의 공간들이 연달아 테러의 장소로 지목되고, 폭탄 설계자의 목소리에 따라 도심 곳곳을 뛰고 또 뛴다.
'소음에 반응하는 특수 폭탄'이라는 소재와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으면 폭발 시간 절반이 줄어든다는 설정은 그동안 시한폭탄을 다루었던 영화들과 차별점을 가진다. 기존 재난 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이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며 관객들을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트린다. 황 감독은 극 중 인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밀어 넣고 과감하게 연출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극 중 부함장이 겪는 혼란은 관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이런 일을 꾸미고 있는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연이어 폭탄 테러가 벌어진다. 관객들은 부함장의 시선을 따라 정신없이 테러 사건을 좇게 되고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비극적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폭탄 설계자의 비밀과 극 중 인물들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게 되면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디테일들이 발견된다. '데시벨'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인 셈이다.
아쉬운 점은 굵직한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이어 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선한 소재와 강렬한 이야기들을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는 힘에 부친다는 인상도 남는다. 강렬하게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왔지만 마무리에서 맥이 탁 풀린다. 주인공인 부함장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등 배우 김래원의 열연과 별개로 아쉬움을 남기는 캐릭터다. 강렬하게 등장하고 치열하게 분투하지만, 이미지가 파편처럼 흩어진다. 때로는 조연 캐릭터에 의해 지워지기도 한다. 16일 개봉이고 상영 시간은 110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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