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 북한 핵 보검
-비상 상황에는 비상한 대응을
북한은 올해 들어 거의 80여발, 11월 들어서만 30여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보유량이 예상보다 넉넉하다는 점과 동시에 미사일 실전배치와 운용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우리 내부에서는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북핵 위협을 한.미의 압도적 재래식 무력으로 선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아주 상반된 두 믿음이 유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막연한 안도감이나 우월감으로 지내기에 북한의 핵 위협은 너무 현실적이다. 우리 머리 위로 언제든 북한 미사일이 날아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금 그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다. 북한이 11월 초 미사일을 속초 앞 공해에 발사한 것은 확인되었고, 이어서 울산 앞 공해에 발사했다고 하나 이것은 우리측 탐지자산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공해상이라 하지만 NLL을 넘어 점차 남쪽 깊숙이 미사일을 쏘려는 것은 한·미의 대응태도를 떠보는 수순으로 보인다. 한·미가 이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지 않을 때 북한은 남한을 가로질러 마라도 해상 앞에 떨어지는 미사일을 조만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런 남북종단 미사일 발사를 사전 탐지,요격하지 못하고 당할 경우 우리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한 우리 사회의 담론은 이념적 지향성이나 주변국들에 대한 다양한 고려 때문에 제대로 갈피를 못 잡고 여러 방안이 난무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당면한 안보위협은 너무 중대하기에 여러 방안에 대한 검토과정을 거쳐 현실적 대응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담론들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기본 교범에 충실하며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주장은 맞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이 가진 전술핵을 한반도 내 재반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관철시키려면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부터 포기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하니 이를 건너뛰고 전술핵 재배치만 주장하는 것은 수순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이 지키려는 이 원칙을 미국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려다가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전술핵 재배치가 현명한 대안은 아니다.
셋째는 한국 자체 핵무장론이다. 이는 대단히 자주적이고 담대한 방안이나 역시 미국의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도록 해야 하고 NPT 체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취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되는 방안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이 확실치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자국의 안보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에 충실한 방안이기에 이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자세는 가져야 한다. NPT 10조 자위적 조치를 위한 예외조항을 활용해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는 NATO식 핵공유론이다. 이는 소련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하자 이에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유럽국가들의 성화에 못 이겨 미국이 제시한 타협책이다.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공유하다가 필요 시 유럽 5개국 공군기에 탑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럽국가들의 안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었다. 앞의 세 가지 주장보다는 더 실용적이지만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늘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군에 핵무기를 맡기는 이 방안을 수용하기 힘들 것이다.
다섯째는 한·미간에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가능한 방안이므로 한·미간에 이 방안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를 위해 한·미간에 고위급 확장억제협의회가 다시 가동되고 이번 한·미국방장관 회의에서도 깊이 있게 이 문제가 논의되었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한·미간 오랜 세월 확장억제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은 대북억제력에 대해 선언적 수준에서만 공약을 하고 이 공약을 우리에게 믿으라고 한다. 게다가 미국은 오히려 확장억제에다 통합억제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최근 들고나온다. 확장억제도 핵무기 말고 다른 재래식 무기에다 기타 인프라까지 다 사용한다는 것인데 통합억제는 그에 더해 사이버, 정보전까지 다 포함한다고 한다. 북한 핵위협은 날로 날카로워지는데 미국의 공약은 핵우산보다 점차 더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제반 문제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지금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억제력 확보이다. 선언적 수준을 넘어 위기상황별로 세분하여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한반도 인근에 순차적으로 배치되도록 양국이 미리 합의해 놓아야 실행력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전략자산이 거의 상시로 한반도 인근에 순환 배치되어야 대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도 일본처럼 핵임계국가로 갈 수 있도록 한·미간 원자력협정을 재협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은 중국이 북핵 문제해결에 협조하지 않으면 군사·안보자산을 동북아에 더 배치할 것이라고 언명하였지만 이보다는 동북아지역에 핵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국에 더 전략적 압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이 핵임계국가가 되도록, 그리고 호주가 원자력 잠수함을 갖도록 허용하여 NPT 체제의 예외를 이미 허용한 점을 눈여겨보고 우리도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남을 위하여 불 속의 밤을 줍지 않는다’는 외교가의 격언을 되새기며 비상한 대응을 할 때이다.
이백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독문학과 △주미얀마 대사 △국회의장 외교특임대사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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