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언론을 회피하는 천재 투자자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최근 미국 매거진 뉴요커(New Yorker)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또 “인간이 인공지능을 지배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괴짜 기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스탠퍼드대학 2학년을 중퇴한 실리콘밸리의 샘 올트먼 대표 등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법인 ‘오픈AI’가 고도화된 언어 생성 인공지능인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Dall-E’를 공개했다. 이들이 선보인 초거대 인공지능 챗GPT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다. 머신러닝을 이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축척해 인간 언어와 지식을 습득하고 이용자는 마치 친구와 인터넷 채팅을 하듯 챗GPT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세계 언론들은 연일 특집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탄성과 더불어 불안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구글 등 기존 검색 사업자들은 비상이 걸렸고,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FAANG’ 시대처럼 미국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나오고 있다. 특히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코드 레드(code red)', 즉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선언했고, 구글 창업자 그린과 페이지가 복귀해 인공지능 사업을 챙길 정도다.
챗GPT를 통해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AI가 더욱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1750억개의 매개 변수를 가진 ‘GPT-3’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챗GPT는 매개변수가 1조∼100조개에 이르는 ‘GPT-4’로 성능이 크게 높아진다. 한마디로 인간 뇌 신경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텍스트 기반 데이터를 넘어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 입력과 사고가 가능해진다. AI가 인격체 같은 멀티모달(Multimodal)을 구현하는 길이 열렸다. 2016년 우리에게 큰 쇼크를 주었던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벌였던 구글의 알파고 이후 6년여 만에 인간의 대화와 가장 흡사하다고 일컬어지는 챗GPT가 선을 보인 것이다.
이미 미국 인공지능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11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여러 가지 인공지능, 로봇공학, 정보통신기술, 유전자 공학, 나노기술 등의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융·복합으로 인류는 2045년에는 특이점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인공지능 로봇이 보통 사람 지능보다 더 우월해지는 시기다. 나아가 인간이 AI가 하는 일을 통제하기는커녕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
‘오픈AI’를 개설한 지 닷새 만에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세계적으로 1000만명을 상회할 정도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 주식 값도 오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13조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챗GPT가 산업, 의학, 교육, 미디어 및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전망과 대응 전략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먼저 세계적인 저널리즘 연구소인 하버드대 니만랩(Nieman Lab)의 자넷 하벤 연구원이 제시한 챗GPT 미래에 대해 3가지 전망이다. 먼저 챗GPT 이용이 ‘적대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또한 공중의 담론이 획일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챗GPT가 가짜정보와 인종·성 등에 대해 편견을 만들어 진실을 훼손하는 데 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둘째, 산업적으로 새로운 연구개발과 비즈니스가 선풍을 일으키게 될 전망이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처럼 마케팅 차원에서 마니아들이 형성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텍스트 기반의 챗GPT와 그림 기반의 Dall-E는 교육 등 다차원적으로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인공지능의 오용에 대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조 장치가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검색 사업자 규제처럼 가짜뉴스,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한 법률 제정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발 초거대 인공지능의 태풍은 유럽을 강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독일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우리가 눈여겨볼 만하다. 초거대 인공지능 신기술의 약 75% 이상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으며 이어 중국이 약 23%를 갖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응이다. 이미 독일은 미국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경제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산업 구조에 큰 충격을 받았다. 따라서 독일은 챗GPT에 대해 국가적 대응 프로젝트로 산업계가 뛰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형태다. 이것이 초거대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LEAM(Large European AI Models)'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인공지능 선도모델을 만들고 산업계의 부흥과 투명 알고리즘, 탈이산화탄소를 도모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초거대 인공지능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4억 유로(약 5500억원)를 책정해 새로운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인 ‘인공지능 융·복합 클러스트’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지방에 있는 바이엘, 이온 등 대기업과 다름슈타트 등 여러 대학들이 참여한다. 특히 슈퍼컴퓨터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인 새로운 초거대 인공지능 태풍에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한국식 개별 기업의 각개전투 방식으로는 국제 경쟁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대전환이 신기술·신산업의 융·복합, 즉 기업 연합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기차·자율주행차와 우주항공기술 선도 기업인 테슬라와 스페이스X, 천재적인 스타트업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의 결합에다 ‘연합’ 형태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장점을 엿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 백신을 직접 개발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고 오히려 백신 구입에 더 많은 돈을 들인 지난 정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초거대 AI’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같은 트렌드를 파악해 대응 전략에 나서는 것으로, 독일처럼 초거대 인공지능 국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논의해 과포화 상태인 서울·경기도가 아닌 지역에 ‘한국형 초거대 AI 융·복합 클러스터’를 건설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현 정부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합한 지역으로 경북 포항을 꼽고 있다. 2차 산업혁명의 ‘쌀’인 철강 글로벌 기업 포스코에다 포스텍 등 산학연 협력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구글연구소가 포항에 있어 글로벌 협력도 가능하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등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공동으로 투자하고 공동으로 AI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새로운 K-AI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철강, 중공업 등 2차 산업혁명을,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통신의 3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업적을 남겼다. 윤 대통령이 초거대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면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독일 등 선진국 모델로 ‘정경협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여가는 전략·전술이다.
윤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내건 진정한 ‘지방시대’는 이 같은 신기술·신산업의 결정체인 초거대 인공지능 융·복합 클러스터를 지방에 만들어 지방 청년들이 지방에서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을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K-모델이 될 수 있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