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의 힘] 1841년 세계 초연한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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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3-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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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의 파리 그대로 가져온 '오페라의 유령' 의상

11일 알브레히트 역으로 무대에 섰던 기욤 디옵 [사진=LG아트센터 서울]



“‘지젤’은 프랑스 발레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공연입니다. 발레의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기술 변형을 통해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프랑스 발레의 특징이죠.”

호세 마르티네즈 파리 오페라 발레 예술감독의 설명대로 그들의 ‘지젤’은 프랑스 발레의 진수를 보여줬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지젤’이 무대에 오른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은 뜨거웠다.

발레단의 감성은 객석의 감동으로 이어졌다. 관객들은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특징 중 고난이도의 발동작이 나올 때는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무엇보다 무용수들의 강약 조절이 인상적이었다. 느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작품을 꽉 채웠다.

파리 오페라 발레가 1841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 뒤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지젤’은 오리지널의 힘을 보여줬다.

‘지젤’역을 맡은 도로테 질베르는 관객을 배역에 몰입하게 했다. 2000년 발레단에 입단해 2007년 11월 에투알로 지명된 질레르는 명성에 걸맞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공연 후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은 “파리 오페라 발레는 공연 후 에투알을 발표하는 전통이 있다”라며 알브레히트 역으로 무대에 섰던 기욤 디옵이 에투알이 됐다고 ‘깜짝 발표’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350년 역사상 첫 흑인 수석 무용수 탄생이었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 오페라 발레는 무용수들에게 5단계의 엄격한 등급 체계를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군무진인 ‘카드리유’, 군무 리더인 ‘코리페’, 솔리스트인 ‘쉬제’, 제 1무용수 ‘프리미에 당쇠르’, 그리고 가장 높은 등급인 수석무용수 ‘에투알’로 이뤄져 있다.

2018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한 디옵은 2021년 21세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을 맡았다. 2022년 ‘코리페’, 2023년 ‘쉬제’로 승급한 데 이어 ‘에투알’로 승급했다. 예상 못한 발표에 디옵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젊은 무용수들의 경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던 마르티네즈 감독은 행동으로 이를 입증했다.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 오페라 발레는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에스앤코]


◆ 19세기의 파리 의상 고증한 ‘오페라의 유령’

오는 30일부터 13년 만에 한국어 프로덕션으로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제작: 에스앤코)은 의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 영국에서 제작한 220여 벌의 의상은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을 비롯한 유수의 디자인상을 휩쓴 마리아 비욘슨(1949~2002)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내며 초연 당시의 황홀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그대로 재현한다.

대담하면서도 강렬한 의상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의 파리를 아름답게 고증했다.

마리아 비욘슨 아카이브 기록 보관 담당자인 마이클 리는 “완벽주의자인 마리아 비욘슨은 철두철미하게 벨 에포크 시대의 의상을 조사했고,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역사 속 시대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놀라운 재능이 있다”라고 말한다. 특히 “한 벌의 의상에도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조합하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며 독특한 디자인과 섬세한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마스커레이드(가면무도회)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어릿광대 의상은 약 100여 개의 천을 사용해 제작한 것으로 마리아 비욘슨의 예술성과 깊이를 볼 수 있는 한 예다.

한국어 프로덕션의 전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협력 의상 디자이너 질 파커는 마리아 비욘슨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1988년 도쿄 프로덕션부터 35년째 ‘오페라의 유령’의 의상에 참여하고 있는 장인이다.

지난 월드투어에 이어서 한국어 프로덕션으로 내한한 그는 마리아 비욘슨의 의상에 대해 “3차원적으로 입체적인 디자인, 여러 레이어의 장식 등으로 캐릭터와 작품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 마리아 비욘슨의 의상은 지금 보더라도 경이롭고 위대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라며 이어서 “오리지널 디자인에 충실한 동시에 그가 남긴 작은 디테일을 찾아 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 지금 보더라도 여전히 새롭고 놀랍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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