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 신임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여성 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을 이끌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올해 2월 13대 여성벤처협회장에 새로 취임한 윤 회장은 19일 본지와 만나 “여성 벤처기업은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할 때”라며 “협회는 여성기업인이 오롯이 경영에만 집중해 스케일업을 이룰 수 있게끔 든든한 뒷배가 돼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여성 벤처·스타트업 경제인의 권익 보호와 성장 촉진에 앞장선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설립된 여벤협은 현재 전국 5개 지회와 1390여 개 회원사를 두고 혁신 벤처와 여성 벤처기업 간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 벤처기업 수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실속있게 질적인 성장세를 끌어내는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말뿐인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끔 협회 차원의 지원제도 및 생태계를 꾸려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윤 신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 협회장으로서 2년의 임기가 시작됐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협회의 수석부회장으로 협회 활동에 참여했을 때와는 남다른 책임감이 부여된 기분이다. 특히 올해가 협회 창립 25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해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워낙 벤처 생태계가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잦은 곳이라 이에 대해 협회가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기업인들은 남성들과 달리 함께보다는 혼자 역경을 넘어서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성향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유치 부분에서도 남성 기업 대비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협회는 바로 이런 부분을 긁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여성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협회에 들어와서 10년 이상을 활동해 보며 느낀 점은 여성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벤처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이 더디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
여성벤처 투자, 육성, 교육 등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선 ‘여성벤처생태플랫폼센터’를 구축하고 싶다. 이후 너무 많은 목표를 잡을 것 없이 △투자 유치 △판로 확대 △기술 지원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해 나갈 것이다.
투자의 경우, 센터 내에 기술 지원 기관 및 투자사를 모아 놓고 여성벤처들이 참여했을 때 회사의 매출과 규모에 맞는 투자사 및 지원 방안을 찾는 것을 가능하도록 돕고 싶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투자유치 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달에만 벌써 IPO(기업공개)를 목전에 둔 3곳의 여성벤처기업인들이 투자유치위원회를 통해 벤처캐피털과 소통했다. 지속적인 소통으로 투자 유치까지 연결해 주는 게 최종 목표다.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벤처 기업은 누구든지 투자유치위원회를 통한 상담이 가능하다. 이런 활동들이 업무협약(MOU) 같은 형식보다 실질적인 결과물을 더 빠르게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한다.”
- 투자 활성화 이외에도 임기 내 중점 추진 과제가 있다면.
“여성벤처기업의 판로확대에 힘쓰고 싶다. 벤처기업이 규모를 키우려면 해외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제품 하면 이제 ‘프리미엄’이라는 긍정적인 꼬리표가 달린다.
협회는 이들이 세계로 나가는 길을 좀 더 쉽게 하고 싶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비대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협회는 이들을 위해 협회 사이트 내에 판로개척 배너를 만들 생각이다. 상품이나 소프트웨어를 가진 누구든지 자사에 대한 정보를 배너에 입력해, 이 배너가 해외 유명 유통 채널로 자동연계돼 해당 사이트 내에서 해당 기업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 여성벤처기업인들의 글로벌 여성벤처기업 인증 NFT(대체불가토큰) 발행을 통해 한국의 유망한 글로벌여성벤처기업임을 인증하고 여성벤처기업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발행된 NFT는 인스타그램에 올려 홍보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여성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활용된다.
사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쉽다. 그 안에 들어와 자기 것을 찾고 목표를 이루는 것이 여성벤처기업의 몫이자 책임이다.”
- 협회장이기 이전에 여성벤처기업인이다. 기업인으로서의 경험이 협회장 생활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여성기업인의 불모지로도 불리는 IT업계에서 수십 년간 경영활동을 이어왔다. 요즘 IT분야가 접목되지 않은 산업분야를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가 됐다.
협회 회원사도 총 4개(지식분과·IT·제조·유통)으로 나뉘지만, 해당 분야 기업인들이 모두 사업에 IT를 어떻게 접목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제조에서도 IT가 필수가 됐고, 지식 분과에서도 IT를 접목해야 해외로 나아가 더 큰 시장에서 놀 수 있다.
나 역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IT분야 여성벤처기업인으로 긴 시간 활동해 온 만큼, 여성벤처기업인들이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해 줄 수 있고, 협회 활동에도 IT분야를 활용한 다양한 행보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여성 벤처기업인에게 필요한 정부 지원책이 있다면.
“여성벤처기업은 중소기업에 속하지만, 중소기업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중소기업법과 여성기업 인증제도가 나온 후에서야 뒤늦게 벤처기업법이라는 것이 따로 생겨 같은 중소기업에 속하지만, 산업 특성상 다른 법을 통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벤처는 벤처기업법에서도 가장 늦게 진입했다. 그래서 모든 제도의 뒤편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여성벤처 지원법보다는 여성기업 육성에 대한 법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건 여성벤처 1세대나 2세대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기초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벤처 생태계에 대한 보고서가 많지 않다. 그나마 김분희 전 회장 때 첫 생태 보고서가 나왔다. 이건 한 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법은 데이터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여성벤처 생태계를 잘 알아야 그에 맞는 지원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진다.
법률 제정을 위해서도 협회 차원에서 정책포럼 위원회도 따로 만들어 임기 내 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나갈 생각이다.”
- 2년간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여성벤처기업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몰라서 일을 못 하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 그게 협회가 가장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협회를 찾아왔을 때 이런 혜택을 보고 해외진출로 나갈 수 있는 꿈까지 키울 수 있도록 협회가 그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우리 모두 기업인이기 전에 사회 일원이다. 개인 사업도 중요하지만, 다 같이 모여 사회에 이로운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기업인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지난 2017년부터 집 지어주는 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론 국내를 넘어 동남아 등 해외의 어려운 곳에서도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이외에도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회원사와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협력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문화, 체육 활동 등 다양한 스킨십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원들의 폭넓은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
아울러, 3월 새롭게 출범한 전북지회까지 5개 광역권 지회와도 더욱 견고하게 연대해 하나 된 여성벤처협회로 동행해 나가고 싶다.”
- 끝으로 여성 벤처기업인들에게 한 말씀.
“사실 예비 여성벤처기업인들에게 배울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많은 예비 벤처기업인을 만나면 여러 방면으로 새롭고, 자극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나 적극성 부분에서 정말 뛰어나고 남다르다.
청년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 사업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협회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겠다. 이번에 협회에 신설한 ‘청년스타트업위원회’ 역시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해당 위원회에서는 선배 기업인들이 벤처의 미래인 젊은 기업인들에게 부족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주고 멘토가 돼서 이끌어줄 계획이다. 기술 투자의 경우 기업 성숙도와 규모에 따른 카테고리화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예비 청년창업가들이 협회와 같이 성장하고 배워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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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벤처협회 회장님은 본인부터 돌아 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