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코로나19 범유행으로 한국영화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3년에 걸쳐 조금씩 회복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극장도 썰렁한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3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매출액은 80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월의 63.2% 수준이었다. 3월 전체 매출액은 전월 대비 15.9%(110억원)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6.2%(530억원) 늘었다. 3월 전체 관객수는 748만명으로 2019년 3월의 51.0% 수준이었고, 전월 대비로는 16.4%(105만명)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67.0%(468만명) 늘었다.
매출액 100억원, 관객수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없었던 지난해 3월과 달리, 올해 3월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매출액 339억원, 관객수 327만명(누적 342억원, 관객수 329만명)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 관객수가 증가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3월 개봉작 중 이외의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개봉일부터 이후 32일간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한국영화는 '대외비' '웅남이' '소울메이트' 등을 개봉한 덕에 개봉 편수가 증가해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과 관객수가 증가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대외비' 3월 74억원(관객수 75만명)을 모은 데 그치면서 한국영화 매출액과 관객수는 2019년 3월과 비교해 매출액은 40.2%, 관객수는 29.9% 수준이었다.
2023년 3월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26.8%,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은 25.1%를 기록했는데, 이번 3월 관객수 점유율의 경우 팬데믹 기간이던 2020~2022년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3월 가운데서 가장 낮은 한국영화 점유율이었다. 3월 외국영화 매출액은 586억원으로 전월 대비 5.3%(30억원)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205.8%(394억원) 늘었다. 3월 외국영화 관객수는 560만명으로 전월 대비 8.8%(45만명)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6.8%(365만명) 늘었다.
2023년 1~3월 전체 누적 매출액은 2731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58.4% 수준이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0.5%(1596억원) 늘었다. 2023년 1~3월 전체 누적 관객수는 2515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45.7% 수준이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3.3%(1336만명) 증가했다. 2023년 1~3월 한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7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2%(372억원) 증가했고, 한국영화 누적 관객수는 76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2%(311만명) 늘었다. 2023년 1~3월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29.2%였고, 관객 점유율은 30.3%였다. 올해 1분기 한국영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했으나, 2019년 동기의 26.7% 수준에 그쳤다. 2023년 1분기 한국영화 관객수는 2019년 동기의 21.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2023년 1~3월 외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1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6%(1224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9년 1분기 외국영화 매출(1683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2023년 1~3월 외국영화 누적 관객수는 175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5%(1024만 명) 늘었다. '아바타: 물의 길'이 누적 매출액 473억원(누적 관객수 349만명)으로 2023년 1분기 전체 흥행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이 각각 446억원(누적 관객수 433만명), 342억원(누적 관객수 329만명)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며 2023년 1분기 전체 흥행 2위와 3위에 올라서, 올해 1분기 외국영화 매출액이 2019년 1분기 대비 14.8%(250억원) 증가했다. 2023년 1분기 외국영화 관객 수는 2019년 1분기 대비 10.6%(209만명)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 제작사·배급사의 한숨도 커져만 간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올빼미'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영화는 아직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영화 '교섭' '대외비' '유령' '스위치' '소울메이트' 등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지는 못했다.
관객들은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영화 관람료 인상을 꼽았다. 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인 영화 관람료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진다는 이유였다. 영화 '타짜' '도둑들' '외계인' 시리즈의 최동훈 감독도 계속해서 치솟는 영화 관람료를 지적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50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 이는 중요한 신호다.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이제 가격을 내렸으니, 영화를 봐주세요'라는 사인이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극장 측은 높은 인건비나 임대료 등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고려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관람료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영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근본적인 체질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으로 작품 퀄리티를 높여야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제작사, 투자 배급사가 작품의 기획단계부터 방향성을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는 길목에 놓였다고 본다.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를 선보이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이하의 작품은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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