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혁신이 불러올 변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언어의 힘, 책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은 상상력의 원천이고, K-컬처의 바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7일 서울 송파구 송파책박물관에서 ‘K-북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K-컬처’의 바탕인 책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생태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포식에서는 출판계, 문학계, 도서관계, 서점계, MZ세대 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K-컬처의 바탕은 책, 세계독자와 함께 도약하는 K-북’을 주제로 비전을 발표했다.
홍순철 대표는 “펭귄랜덤하우스와 하퍼콜린스 등 세계적인 대형 출판사가 K-북에 집중하고 있어 국경을 넘는 K-콘텐츠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가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K-북 콘서트도 이어졌다. 북튜버 김겨울(겨울서점 채널 운영자)이 진행을 맡고, 안데르센상 수상에 빛나는 그림책의 거장 이수지를 비롯해, 소설가 장강명, 시인 안희연, 편집장 겸 작가 엄지혜, 국어학자인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등 유명작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수지 작가는 “잘 해온 작가들이 해외에 소개될 기회가 좀 더 많아지고, 개별 작가가 아닌 한국 그림책이란 전체 맥락에서 좋은 비평과 평론을 기반으로 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K-북이 K-컬처의 근본으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세계 3대 문학상 수상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4·F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미래(Future)에도 지속가능한 책, △콘텐츠 수출의 새로운 선두주자(First runner)로서의 책, △지역·사회환경·장애와 무관하게(barrier-Free) 모두가 누리는 책, △공정한(Fair) 창작생태계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 등 네 가지 전략이다.
K-북 생산 주체인 출판사의 성장과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넓힌다. 특히, 자신을 표출하고 글로 구현하고자 하는 MZ세대의 열망과 특성을 반영하여 누구나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1인 출판, 지역출판을 포함한 중소출판사가 성장·도약할 수 있도록 콘텐츠 발굴, 도서 제작·유통, 이종 산업 확장, 경영관리 지원 등을 통합하여 다년간 지원(출판사가 지원항목 자율 선택)하는 등 영세한 출판사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고 있는 세계 출판 환경 변화에 맞춰 전자출판산업의 지원을 강화한다. 듣는 책, 전자책 제작 지원을 확대하고 출판분야 신기술 개발(R&D), 전자출판물 유통·서비스 모델 개선 등 출판 분야 디지털 혁신과 전환을 통해 다양한 국내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북 지속을 위한 발판으로서 지역서점 지원도 강화한다. 디지털 도서 물류체계를 구축해 지역 도서물류를 선진화하고, 서점 내 문화활동 지원과 노후 서점 시설개선 컨설팅을 통해 문화 공간으로서의 경쟁력도 높인다.
웹소설 등 K-북의 새로운 확장 분야에서 신진 인력을 양성한다. 웹소설 작가와 PD를 양성하기 위해 2023년에는 30명, 2024년에는 60명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번역·감수 인력도 새롭게 지원한다. 또한 웹소설 분야 산업통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정례화해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정책의 토대로 삼는다.
서울국제도서전(6월), 샤르자국제도서전(11월) 등 국내외 도서교류 행사를 계기로 해외 독자층을 넓히고, K-북 저작권마켓과 비즈니스 수출상담회(일본, 태국, 프랑스)를 개최해 K-북의 수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출판 관련 IP 수출 상담도 지원한다. 아울러 전 세계 10여 개국 재외 문화원을 중심으로 현지 독자 맞춤 교류행사를 진행하고,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수출전문인력 양성(120여 명)도 지속 추진한다.
더불어 번역 지원도 확대한다.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지원을 확대하고(2023년 219건), 영국, 프랑스, 일본 등 K-북이 활발하게 진출한 국가뿐 아니라 남미·중동지역 등 시장 잠재력과 수용도가 높은 국가들을 포함한 전략 지역(17개국)을 정해 맞춤형 번역을 지원한다.
지역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독서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서관과 지역문학관을 활성화한다. 국립도서관은 온·오프라인 접근성을 강화해 국민의 지력과 문화적 상상력을 키우는 지식문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각 지역에서는 지역별 특성을 살린 도서관을 건립·리모델링해 명소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한다. 지역문학관은 복합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특색있는 전시와 교육, 행사를 지원한다.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전자책 제작과 유통환경을 조성하여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한다. 출판사들이 전자책의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제작비를 지원하고(연 100종 이상), 구간도서의 전자책 변환 지원(연 2500종), 민간의 전자책 플랫폼 뷰어 접근성 개선으로 장애인의 편리한 독서환경을 조성한다.
신진 창작자들이 안심하고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공정한 창작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먼저 공정한 계약의 토대로서 분야별 표준계약서를 정비한다.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를 신설하여 구두 계약 등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만화(웹툰) 분야에서는 출판, 전자책 발행, 웹툰 연재 계약서 등 기존 표준계약서 6종 전면 개정과 신규 제정을 추진한다. 또한 신진 창작자 대상 법률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운영하며(4월~),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도 확대한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출판물의 불법복제·유통을 단속하는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불법복제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도 펼친다. 역량 있는 신진 창작자들을 위해 도서관 내에 상주작가 작업실 등의 창작공간도 제공한다.
박 장관은 “장관 취임 후 현장 곳곳을 누비며 국민들이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하고, 다양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출판·문학·도서관·콘텐츠 등 정책 부서가 원팀(One Team)이 되어 보다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